방학 중 보충수업을 하는 학교라면 특히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집단따돌림 등의 예방 차원에서 시행하던 스쿨폴리스 같은 제도나 상담활동도 방학이면 휴면 상태다. 불안한 학생들의 입에서 방학보다 학교 다닐 때가 낫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문자 메시지 등에 수시로 시달려 벌써부터 개학 후를 걱정하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다.
학교폭력에 무방비 상태가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예를 들어 대전지역 중학교 여교사 비율이 68%라 하는데, 이 역시 학교폭력 대처를 어렵게 하는 이유의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남교사 확대 주장도 나오지만 인위적인 조절은 평등권 등 다른 문제로 비화될 소지마저 있다.
여기에 학교 현장의 어려움까지 겹쳐 결국 남교사를 보내달라는 인사 청탁까지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고 완력 센 교사가 생활지도를 맡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학교가 가능한 일이 지도교사나 교체하는 일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가족, 학교, 학부모, 공권력, 사회 공동체 모두가 나서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중학생은 물론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생활지도가 쉽지 않은 현실을 타개할 방안을 깊이 고민해볼 시점이다. 교사의 상담 기법이나 중재 등 폭력 대처법 숙지는 필수다. 반성문 쓰기가 고작인 '미온적인 대처와 솜방망이 처벌'이 학교폭력을 조장한 측면은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정책의 실효성과 교육당국의 진정성 없이는 난마처럼 얽힌 학교폭력의 실마리를 풀 수 없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제어할 방법이 없다면 이는 교육의 붕괴 조짐이라는 상황 인식이 필요하다. 개학일이 다가오면 진정제를 먹기도 하는 피해 학생들의 불안이 이번 방학에도 재연돼서는 안 된다. 방학 중 폭력은 어쩔 수 없다는 무관심, 방학 중 학교폭력이 안 일어난다는 식의 무사안일함은 최악의 대처법이다. 생활지도 부장마저 여교사가 맡는 지역 교육현장의 현실은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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