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새벽이면 '사랑의 불' 지피러 갑니다

매주 일요일 새벽이면 '사랑의 불' 지피러 갑니다

영하 17 혹한에도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라오스에 식수펌프 지원까지 행동하는 '멀티봉사'로 똘똘

  • 승인 2012-01-02 14:00
  • 신문게재 2012-01-03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3년째 연탄배달 - 대전봉사체험교실

▲ “봉사는 나 스스로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라고 말하는 대전봉사체험교실 회원들. 이들은 매주 일요일 새벽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배달을 해오고 있다.
▲ “봉사는 나 스스로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라고 말하는 대전봉사체험교실 회원들. 이들은 매주 일요일 새벽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배달을 해오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남을 위해 베푸는 사랑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영하권의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나, 폭염이 숨을 턱턱 막히게 하거나 상관없이 매주 일요일 새벽이면 어김없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배달 봉사를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자그마치 3년째 이 일이 한주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게 기쁘고 즐거워서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매주 일요일 새벽마다 연탄배달 봉사를 위해 기꺼이 단잠을 멀리하고 모이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이 단체 이름은 바로 대전봉사체험교실(회장 권흥주)이다.

지난해 글로벌평생교육원 최병희 원장의 제안으로 대전시로부터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증을 받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선 대전봉사체험교실은 취약계층과 장애인의 나눔 활동과 환경사랑운동, 대전사랑운동 등 지역발전 사업을 하며 가장 열정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단체중 하나다.

사랑의 연탄나누기 행사가 지난 1일로 83회째를 맞았다. 회원들은 동구 천동초등학교 앞에 모여 지체장애 3급 장모(65)씨의 집을 찾아가 연탄을 배달해줬다. 2년전 화재로 인해 화상을 입고 손 절단 수술을 해 지체장애 3급인 장씨는 근로 능력도 없을뿐더러 화상을 치료중이었다. 기초생활수급비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치료비가 너무 많이 들어 제대로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장씨를 위해 대전봉사체험교실 회원들은 열심히 연탄을 날랐다.

권흥주 회장은 회원들에게 “추운 날씨로 움츠러든 어깨를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주시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격려했다.

대전봉사체험교실 회원들은 지난 해 크리스마스날에도 대전세무서에 집결해 선화동에 사는 독거노인 이모 (91)할머니집을 방문, 사랑의 연탄 나누기 행사를 가졌다. 그 전 주에는 동구 가오동에 사는 고희성, 장상영 노인 부부세대를 방문해 연탄을 나눴고, 한 주 전엔 유천동에 사는 독거노인 김모(74) 할머니 집을 방문해 연탄을 나눴다. 동구 삼성동에 사는 정신지체 2급 장애인 박영순 수급자도 대전봉사체험교실의 혜택을 받았다.

대전봉사체험교실은 오는 8일 중구 중촌동 선병원 앞에 모여 약 3시간 동안 목동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 장모(86)씨 집에서 사랑의 연탄나누기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또 15일에는 동구 삼성동 자이아파트 정문앞에서 집결한 뒤 동구 삼성동에 사는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박순애(77) 할머니를 찾아가 사랑의 연탄나누기 행사를 갖는다.

권흥주 회장은 “박순애 할머니는 근로능력도 없고 취약한 환경과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주위의 보살핌이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지만 돌볼 자녀도, 가족도 없어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봉사체험교실의 봉사활동은 사랑의 연탄 나누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전봉사체험교실은 2012년 제1회 프로젝트로 월드비전과 함께 아시아지역 중 라오스에 식수펌프 지원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권흥주 회장은 “한 대당 350만원인 식수펌프 2대 지원을 목표로 오는 8월 30일까지 700만원을 모금해 월드비전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흥주 회장과 30년지기 친구로 젊은 시절부터 함께 봉사활동을 해온 이희민 대전봉사체험교실 단장(대전대·우송정보대·목원대 외래교수, 경영학박사)은 “대전봉사체험교실은 그늘에 가려 어두운 곳에 소외돼 있는 이웃들을 밝은 곳으로 인도하는 '멀티봉사'를 하려 한다”며 “타임월드 전 점장과 한화그룹 상무이사로 재직하면서 유통업계에서 30년을 근무하는 동안 알게 모르게 나눔의 문화에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대전봉사체험교실의 봉사활동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희민 단장은 매주 일요일 새벽 연탄나누기봉사활동에 들어가기 전 봉사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의 인성에 도움을 주고자 5분 스피치 산교육을 시켜주고 있다.

이 단장이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이야기중 일부를 소개해보면 “인생의 목표 혹은 일의 목표가 정해지면 그 목표를 뚫어지게 응시 하십시오. 목표를 향해 강한 신념을 보이면, 그 일을 이루기 전까지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비추면 당신이 정한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지고 말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또 “이 세상을 혼자서 살아가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민을 감싸 안은 채 고통에 허덕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혼자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매우 이기적인 사람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웃에게 서로가 힘이 되어 주십시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수월하게 목적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대전봉사체험교실 회원 여러분 파이팅!”이라고 말해준다.

대전봉사체험교실의 고문을 맡고 있는 방춘재 (주)퍼시스 아이디 대표이사는 “부모님과 조부모님때부터 3대째 봉사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자라다보니 자연스레 남을 돕는 일의 기쁨과 소중함을 알게 됐다”며 “할아버지는 환갑잔치를 안하시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을 기부하셨는데 집안 대대로 환갑잔치대신 봉사 후원금을 내는 게 집안 전통이 됐다”고 말했다. 방춘재 고문은 “매주 일요일 새벽마다 연탄을 나르며 환한 웃음을 짓는 대전봉사체험교실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느낀다”며 “가엾고 힘든 사람들을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보람있다”고 말했다.

1992년 대전도매시장내에서 종합선물코너인 홍영상사를 경영하던 권흥주 회장은 “그때 당시 대전도매시장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그때 40여 명을 화마에서 구해내면서 남이 어려울때 도와준다는 봉사의 기쁨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30년 전부터 함께 봉사했던 친구들을 모아 대전봉사체험교실에서 새로운 봉사의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희민 단장, 방춘재 고문, 김동수 봉사위원장, 유현옥 위원을 비롯해 안성준 사무국장까지 권흥주 회장과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매주 일요일 새벽이면 어김없이 대전봉사체험교실 조끼를 입고 장갑을 낀 채 연탄을 나누기 위해 집결지에 도착한다.

설이든 신정이든 성탄절이든 가리지 않고 영하 17의 혹한기에도 꾸준히 연탄을 배달하는 이들에게는 추위도 막지 못하는 끈끈한 우정과 우애가 있다.

권흥주 회장은 “지난 1일에는 연탄봉사의 빅 이벤트로 봉사자들 모두가 촛불을 들고 희망을 밝혔다”며 “새롭게 출발하는 새해 첫 날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어두운데서도 새롭게 대전을 밝히는 대전봉사체험교실의 다짐을 촛불에 담아보았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앞으로의 계획으로 “연탄이 필요없는 가정이 생기는 그날까지 연탄봉사는 계속될 것”이라며 “소외된 가정, 독거노인, 장애인 등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월드비전과 베트남, 라오스지역 식수펌프 지원도 적극적으로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부모 손에 이끌려오기보다 본인 스스로 봉사에 참여해 참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3시간씩 오리엔테이션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대학생 봉사단도 만들고, 2012년 새벽을 더 아름답고 멋지게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연탄봉사장에 나온 한혜림 학생은 “대문 앞에서 서로 지그재그로 연탄을 전달하면서 같이 무엇인가를 한다는게 이런거구나 싶었다”며 “다음에도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준수 학생은 “학교, 학원, 집이 생활 환경의 거의 전부였지만 언제부턴가 새벽부터 정겨운 부름이 나의 단잠을 깨우고 있다”며 “서로 챙겨주고 신경 써주고 같이 봉사활동하는 가운데 친근한 정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김준수 학생은 “연탄 나누기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따뜻한 마음을 공통적으로 가지게 된다”며 “처음에는 귀찮게만 생각했던 일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나 스스로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사랑희망연대(대표 양홍규)는 지난해 송년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올해 봉사왕으로 대전봉사체험교실을 선정해 시상했다.

양홍규 대표는 시상식에서 “대전봉사체험교실은 매주 사랑의 연탄나누기 행사를 가짐으로써 주변에 소외된 계층에게 따뜻함을 나누고 있다”며 “봉사활동에 청소년들과 가족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가족이 함께 봉사의 의미를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치하하고 권흥주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대전봉사체험교실 봉사단 파이팅!'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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