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광석 화학硏 신약연구본부 신약기반 기술연구센터 책임연구원 |
신약재창출이란, 이미 사용 중인 약물이나 임상에서 안전성이 확보된 약물의 신규 효능을 탐색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적응증을 갖는 약물을 재창출하는 신개념의 신약개발 전략이다. 비아그라 혹은 탈리도마이드처럼 종래의 신약재창출은 의도된 신약개발이라기 보다는 임상 또는 치료과정에서 우연한 발견에 의한 것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신규 적응증을 탐색할 수 있는 'in silico, in vitro, in vivo' 등의 다양한 최신기법을 이용하여 매우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기업 'Ore pharmaceuticals사'는 거대 제약사인 릴리, 로슈, 화이자사와 거대 건강식품회사인 'Organon'과 제휴를 맺고 임상 중이거나 실패한 약물의 새로운 이용에 관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일본의 소세이사는 일본 제약사가 갖고 있는 임상에서 중단된 화합물을 확보한 뒤에 전 세계에 퍼져있는 연구기관에 보내서 다양한 분야에서 약효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신약재창출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이큐스팜, CGK㈜, 뉴젝스·동국제약, BRN 사이언스 등 일부 학교 및 바이오벤처를 중심으로 신약재창출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필자가 속한 한국화학연구원에서도 2010년 12월부터 지식경제 기술혁신사업의 일환으로 신약재창출 기술을 이용한 신약개발 활용 시스템 구축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약물, 임상시험 중 안전성 이외의 사유로 임상 탈락한 약물, 국내 바이오 및 제약사와의 연계를 통한 국내 보유의 임상탈락약물, 그리고 화학(연)내의 한국화합물은행에서 보유하고 있는 화합물 중 약물성 및 안전성 정보가 확보되어 있는 화합물을 중심으로 2300종의 신약재창출용 약물 라이브러리가 구축되었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또한, 종양 및 심혈관 질환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약리효능 검색기술 및 관련 실험 세포주가 구축되고 있다. 방사선 동위원소 물질을 대체 가능한 검색법으로 형광이나 발광을 이용한 HTRF(Homogeneous time resolved fluorescence assay), FRET(Fluorescence resonance energy transfer) 방법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생화학적, 세포생물학적 약효검색이 10종 이상 확립되어 신약재창출을 위한 약리효능평가에 적용되고 있으며, 본연 그대로의 효소 및 세포를 이용한 무표지 약효검색법(Label-free detection) 기술의 하나로 광학기반 비침습 탐색기법(Epic technology)도 신약재창출을 위한 약리효능평가에 적용 예정이다. 더불어, 다양한 질환모델이 구축되어 약리효능평가에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신약재창출용 약물 라이브러리 및 데이터 시스템 그리고 국내 신약연구 그룹들의 지속적인 활용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의 신약개발 연구역량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짐은 물론 신약개발의 성공가능성도 증진될 것으로 확신한다.
18세기의 선각자 연암 박지원 선생은 조선시대 후반의 혼란스러운 시대 극복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로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설파했다. 온고지신이 옛 것을 알아야 새로운 것에 대한 분별력이 생긴다는 다소 소극적인 의미라면 법고창신은 옛 것을 바탕으로 새 것을 창조한다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를 가진다. 현재 당면한 신약개발의 환경 및 열악한 국내제약환경을 고려해본다면, 법고창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한 신약재창출 전략은 개발속도와 비용 면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될 매력적인 신약개발 전략이라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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