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스타일 마켓과 이마트가 지난 22일 대전복합터미널(옛 동부터미널)에 개점하면서 지역 유통계의 커다란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답보상태에 빠졌던 유성복합터미널 건립도 복합터미널의 규모를 축소하고 상업시설을 새롭게 확보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고, 이랜드그룹이 대전 서구 둔산동에 5600㎡의 부지를 매입하면서 또하나의 백화점 입점을 예고하는 등 2013년 대전시의 백화점 입점 제한 폐지와 복합 터미널 개발을 놓고 지역의 유통 시장이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대전복합터미널 완공=지난해 12월 16일 준공식을 가진 대전복합터미널은 옛 고속버스터미널 부지에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연면적 9만4417㎡)의 서관과 옛 동부시외버스터미널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연면적 4948㎡)로 완공됐다.
▲ 새로 문을 연 대전복합터미널 내 스타일 마켓에서 쇼핑중인 고객들. |
이미 단순히 버스를 타고 지나가던 경유지였던 공간이 새롭게 인구가 유입하고 소비하는 소비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 한 것. 이로 인해 유통 시장의 커다란 지각 변동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고 있다. 실제로 대전복합터미널 서관(전 고속버스터미널)의 3~4층에 들어선 신세계 이마트는 약 1만7190㎡ 부지로 주변 상권과 유동 인구를 고려해 기존 이마트 매장 방식에 유아 전문 매장인 키즈 파크와 스포츠 전문 매장을 강화하면서 기존 단순 대형마트에서 성격을 달리 했다.
신세계 백화점이 운영하는 스타일 마켓은 같은 건물 2층 약 9000㎡에 '패밀리 패션 전문점' 컨셉트로 문을 열며 새로운 시도를 진행중이다. 전 연령대를 커버할 수 있는 패밀리를 타깃으로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을 접목해 패션과 백화점식의 가전과 생활용품 등까지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했으며 아울렛 복합스토어라는 컨셉트로 저렴하고 다양한 쇼핑 공간으로 지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스포츠 웨어를 비롯해 유니클로와 빈폴, MCM, 메트로 시티 등 남성ㆍ여성, 구두, 패밀리 등을 망라한 브랜드가 입점해 선택이 폭을 넓힌 것도 눈길을 끄는 한 요인이다.
신세계 그룹이 이마트와 백화점으로 분리된 후 신세계 백화점 측이 새롭게 시도하는 신규 사업으로 대전복합터미널점이 실질적인 1호점이다.
이와 함께 하차동인 동관에 영풍문고와 CGV대형극장이 입점하면서 원도심과 둔산 지역으로 유출됐던 젊은이들의 유출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상권 형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영화를 보기 위해 둔산 등 서구 지역으로 가야 했던 지역 민들에게 문화 서비스 제공은 물론, 지역에서 새롭게 문화와 소비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또하나의 주변 지역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유성복합터미널도 가시화 =민간투자 사업자 모집 공모 실패로 답보 상태에 빠졌던 유성복합여객터미널 건립 사업 역시 세종시의 본격 조성 등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미 두차례나 민자 공모가 실패했던 유성복합터미널 건립이 가시화 될 경우 노은, 도안, 유성 지역을 잇는 새로운 유통지형이 추가될 계획이다.
이미 대전시는 유성복합터미널의 상업 지구를 넓힘으로써 민간 투자자들의 참여를 더욱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대전시가 발주한 '유성복합터미널 기본계획 및 도시관리계획 결정 용역' 중간보고에 따르면 복합터미널의 규모를 축소하고 상업시설을 확보하는 3가지 토지이용계획 변경안이 들어 있다.
대전시가 민자유치 어려움으로 사업추진이 더딘 대전 유성복합터미널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당초 토지이용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일반상업지역을 전체 면적의 19%까지 확보하고 터미널 시설은 축소 조정하는 방안이 골자다.
도시철도 구암역 인근에 계획된 유성복합터미널은 당초 전체 10만2000㎡ 부지에 고속·시외버스터미널 시설을 4만4157㎡ 규모로 조성하고 화물차고지(9605㎡)와 환승센터(7622㎡) 등을 함께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돼 민자사업으로 민간사업자 공모를 했지만, 두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용역에서는 터미널 시설을 줄이고 상업지역을 배치해 사업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또 복합터미널사업 전체면적의 19%(1만9864㎡)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을 조성하는 것도 검토사항에 담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에서는 이번 변경안으로 유성 복합 터미널의 민자 유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시와 도안ㆍ노은 지역의 개발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쇼핑 시설에 대한 수요도 커지는 데다 내년부터 백화점 입점 제한이 풀리면서 백화점 입점도 자유로워 지기 때문.
이미 여러차례 유성 지역에 대한 백화점 문의와 검토가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유성복합터미널 역시 충분히 외부 유통업체의 진출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지역의 시각이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성복합터미널의 경우 터미널 이용객은 물론, 세종시와 충남권, 그리고 노은과 도안 지역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백화점 입점 제한 해제, 대전으로=대전시는 2003년부터 '대규모 점포 관리 5개년 계획'을 시행 중이다. 시는 2008년 2차 계획에 이어 3차 계획에도 유사한 내용으로 대규모 점포의 입점을 차단할 예정이다. 자치구별 총량제도 유지된다. 하지만 3차 계획에서는 백화점에 대한 입점 제한은 해제한다는 게 대전시의 현재 입장이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는 대전 어디에도 백화점 입점이 가능해진다.
이같은 백화점 입점총량제의 해제는 그동안 부산과 대구 등 타 도시에서 이어졌던 백화점간 유통 경쟁이 지역에서도 다시 재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포화상태에 있는 유통시장에서 그동안 백화점 입점 규제를 해온 대전은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근 세종시의 본격 입주와 과학비즈니스벨트의 본격 개발은 새로운 소비 시장의 창출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이랜드그룹이 지난해 대전 서구 둔산동에 5600㎡의 부지를 매입하면서 또 하나의 백화점 입점 예고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 부지에는 중심상업지역의 상업용지로 건폐율 80% 이하, 기준 용적률 800% 이하, 허용 용적률 1300% 이하의 5층 이상 건물을 올릴 수 있어 백화점, 쇼핑몰, 대형마트 등을 지을 수 있는 곳으로 일각에서는 NC백화점이 들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몇년 전부터 현대 백화점의 입점 소식도 간간히 들려오는 데다 2015년 관저지구에 대형 프리미엄 아울렛을 기반으로 하는 신세계의 대전유니온 스퀘어도 개발을 앞두고 있어 대전이 유통시장의 새로운 각축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전시가 2013년 백화점 입점제한을 폐지하는 데다 도안신도시와 세종시 등에 대한 기대 심리, 그리고 유통업체간 경쟁으로 대전이 유통업계의 뜨거운 각축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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