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환]정치개혁, 국민불신 해소 기회

[중도춘추]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여야는 국회정치개혁특위에서 개방형국민경선제도인 오픈프라이머리와 석패율제 도입 등 선거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소위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극에 달해있고 내년에 중요한 총선과 대선이 기다리고 있어 여야 공히 구태정치를 개혁하지 않으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는 선거권만 있으면 국민 누구나 당원이 아니더라도 정당의 경선일에 투표소를 방문해, 지지하는 1개 정당의 투표용지를 받은 뒤 대통령과 국회의원 후보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정당에서 간헐적으로 시행했던 전당대회 대의원이나 당원과 일반 국민 중에서 모집한 선거인단, 혹은 여론조사로 경선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각 정당은 같은 날 동시 경선을 해야 한다.

석패율제는 현행 정당별 비례대표명부에 지역구 출마자를 이중 등록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다. 이 경우 예를 들면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가 각각 취약지역인 호남과 영남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하더라도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다. 각 정당이 지역 전략에 따라 자율적으로 석패율 후보의 숫자나 명부 순번을 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석패율제는 영호남지역과 타 지역 낙선 후보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어느 정당이 참신한 신인을 공천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느냐 하는 것은 총선승리는 물론 대선의 향배를 가름할 관건이 될 것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폭력적이고 부도덕한 구태정치인을 물갈이해 참신한 신인들로 정계를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역대 총선에서 각 당의 공천행태를 보면 중앙당이 후보를 정해 각 지역에 내려 보내는 하향식공천으로 국민들의 눈높이와 시대변화의 흐름을 외면해왔다.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극에 달해있는 현시점에서 국회가 공천제도나 비례대표제도에 관한 개혁을 추진한다니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제대로 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공천개혁은 정당의 수뇌부는 물론 개별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도 혹시나 하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다면 이제는 수습할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많다.

하향식 공천의 폐단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오랜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정치개혁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추진해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과감한 안을 내놓아야 한다. 여야모두 기득권을 버리고 잃어버린 국민의 신임을 얻겠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할 때 오늘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정치제도·문화의 선진국인 미국·영국·독일의 정당들은 진작부터 당원 또는 당원과 일반 유권자들이 공직 선거 후보를 뽑고 있다. 미국은 주법, 독일은 정당법에 정당의 후보자 선출 절차를 규정해 각각 주 정부와 연방정부가 정당 내 경선까지 관리하고 있다. 국민경선제도나 석패율제도가 정치개혁의 전부일 수는 없다. 또한 그 길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바라는 점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아서 그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일이다.

정치권은 이번 기회에 오랜 고질병인 지역주의를 해소하고, 정당정치의 폐해로 지적되어 온 계파정치를 척결함으로써 국민이 원하는 자질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 국민의 대표로 선출될 수 있는 훌륭한 제도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번 정치개혁이 잃어버린 국민신뢰를 회복하고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