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의 불황은 올해도 이어져 지역 미술계를 비롯해 실핏줄 같은 역할을 담당해왔던 지역 화랑들에게는 우울한 한해였다.
하지만, 이런 불황의 늪에서도 신선한 기획전과 시민들의 참여를 이끄는 체험미술 행사 등이 마련돼 지역 미술계의 밝은 미래를 점치기도 했다.
특히 지역 일반화랑에서는 쉽게 기획 전시될 수 없는 '천경자 大田 모리스에서' 전 등을 비롯해 개인전과 단체전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를 보여줬다.
그러나 대부분 갤러리가 대관 위주로만 운영돼 새로운 의미나 방법 등 주목할 말한 기획력 있는 전시가 부재하다는 지적은 과제로 남았다.
비영리를 추구하는 대안공간 스페이스 씨는 참신한 기획 전시로 지역 미술계 저변 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스페이스 씨는 QR 코드를 인식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 '아, Q 전'을 비롯해 대흥동을 터전으로 활동해온 이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대흥동 마님과 사랑방 손님' 전까지 참신하고 실험적인 전시를 기획 진행하면서 관객들의 긍정적인 평을 얻었다.
대전 미술인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대전시미술대전'은 작가지원에 대한 폭을 지난해보다 2배로 증액해 명실상부한 전국미술대전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올해 대전 미술계의 큰 특징은 대전을 예술적 재현의 대상으로 삼고 대전의 다양한 면면을 전시와 연계했다는 점이다.
시립미술관은 서양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 전시인 '모네에서 워홀까지' 전이 마련돼 개관이래 최대 관객 수를 기록했으며, 대만·중국·일본 작가가 참여한 '동북아, 우리 공동의 미래' 전, '생테티엔느 청년작가 교류' 전 등이 마련돼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와 함께 시립미술관을 비롯해 지역 화랑가에서도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전시가 열렸지만, 구체적으로 지역 작가들을 지원·육성할 수 있는 방안은 부재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역 작가들의 발굴·육성을 위해서는 공공미술관으로서 시립미술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전문화재단이 진행하고 있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모두 3차례 기획전과 청주 레지던스 작가와의 교류전, 오픈 스튜디오 등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아직 좌표를 정립하지 못한 전시의 한계를 보였다.
박동교 대전미술협회 회장은 “침체한 경제가 말해주듯이 아직도 미술시장은 어려운 상황으로 지역 작가들에게 더욱 더 어려움을 주고 있어 안타까웠다”며 “올해는 젊은 작가들의 왕성한 활동이 눈에 띄었고 기성작가들은 경제흐름에 따라 가다보니 경기 침체에 따른 여파로 평년 수준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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