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기 대전경실련 고문 |
지구촌을 먹구름으로 뒤덮은 글로벌 경제위기는 국내 경제에도 쓰나미급 영향을 끼쳐, 5% 성장률 시대는 붕괴됐고 물가목표선 4%도 무너져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소상인들도 불황의 늪에 빠져 버렸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호언장담을 한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12월 4일 새벽에 찾은 가락시장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무시래기를 팔던 할머니는 고된 삶 때문인지 대통령 손을 잡고 울음을 터뜨렸고 그 할머니에게 목도리를 감싸주며 서민이 따뜻하게 살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은 3년이 지난 지금쯤은 지켜져, 시래기 파는 할머니도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시장바닥에서 시래기를 팔면서도 희망을 가지고 작은 행복을 꿈꾸며 한푼 두푼 모아 저축한 돈을 정부의 관리 감독 소홀과 부도덕한 저축은행 운영부실로 소시민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 꿈을 정치는 외면하고 자기 몫 챙기는 일만 하지는 않았는지 깊이 뉘우치고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소상공인에게 더 많이 떼어가는 카드수수료, 골목상권까지 초토화 시키는 기업형 SSM진출에 무관심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국민들이 더 이상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를 살려 민생을 보듬겠다는 국회도 대화와 타협의 원칙을 포기 한 채 민생법안은 내팽개치고 FTA날치기 통과, 최루탄이 터지는 국회, 민의의 전당이 아닌 무법천지로 만들어버린 것은 그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결코 합리화될 수 없다. 더욱이 민생과 경제가 숨넘어가는 판국에 정치권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자기 기득권 유지에만 집착하고 있다면 분명 새해에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이러니 모 언론사에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들이 희망을 얼마나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4%는 '갖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고, 자신이 스스로 매긴 삶의 희망지수는 54.3점으로 채점했다. 그만큼 삶이 아프고 때로는 고달프다는 것이다.
위기는 열병같이 한번 호되게 앓으면 되지만 내일의 희망이 없으면 결국은 망가지게 된다. 그러나 내일의 희망을 품고 보람을 느끼며 일할 때는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국민은 지금 경제에서 희망의 빛을 보고 싶어 하고, 정치에서는 통합의 리더십에 목말라 있다. 정치권은 국민과의 약속대로 상생의 정치로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한다. 그래야 온기를 받아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내년은 임진년으로 60년 만에 한 번 찾아온다는 흑룡의 해다. 우리가 흔히 용꿈을 꾸면 '대박'을 터트리는 길조로 여겨 왔다. 임진년 새해가 대한민국 발전의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며 국민의 입장에서 정치권이 가장 먼저 변해야 한다.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많은 어려움과 경제회복의 적절한 시기와 적기를 놓칠 수도 있다.
어린시절 고향집 감나무에 외롭게 매달려 있던 까치밥이 생각난다. 초겨울 배고픈 까치가 쪼아 먹도록 감 몇 개를 따지 않고 남겨두었던 우리네다. 살림은 넉넉하지 못해도 주위의 미물과도 함께 더불어 살줄 알았던 착한 심성을 가진 국민이다.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아 자유로워진 상태인 맑은 가난과 많이 갖고자 하는 욕망을 줄여서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가난한 행복, 궁핍의 미덕이 절실하다고 일찍이 법정스님이 세상을 향해 말씀하셨다.
내년에는 정치도 자신들의 욕심을 버리고 서로를 돌아보는 미덕으로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경기가 확 풀려서 서민 경제에 온기가 돌았으면 좋겠다. 임진년 새해에는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되살리는 한 해가 되도록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이 되자. 그래서 대한민국에 사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행복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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