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택]장학금 단상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호택]장학금 단상

[NGO소리]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금산문화원장

  • 승인 2011-12-28 14:31
  • 신문게재 2011-12-29 20면
  •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금산문화원장
▲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금산문화원장
서울에서 로타리 활동을 하시던 아버지에게서 들은 옛날얘기다. 30년쯤 전에 우리나라 최고대학교의 단과대 학장과 식사를 하는데 그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 했다.

“답답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느 할머니가 저를 찾아와 '나는 평생 고생해서 돈을 모았는데, 못 배운 것이 한이라 장학금을 주고 싶소, 한 가지 부탁은 대학생들의 생활이 궁금하니 한 학기에 한 번만 나를 만나 두어 시간 대학생활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으면 좋겠소' 하시는 겁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수혜자 자격이 있는 학생들을 물색해서 할머니의 말씀을 전했더니 이구동성으로 학생들이 거절하는 겁니다. '그냥 장학금을 주면 고맙게 받겠지만 얼굴도 모르는 할머니를 만나 얘기를 하라는 겁니까? 조건 없는 장학금을 주십시오' 하는 거예요. 저는 그 할머니의 성의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교육자로서 자괴감이 듭니다.”

나도 금산에 정착하면서 로타리활동을 시작했고, 봉사활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장학금을 만들고 전달하는 것이 봉사활동의 중요한 주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비단 장학금뿐만 아니라 모든 봉사활동이 필요한 사람에게, 그리고 필요한 시기에 적절하게 배분되는 것이 봉사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금산에는 세 개의 장학재단이 있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가장 오래 된 장학재단은 '현숙장학회'다. 몇 억원을 선뜻 기부한 어느 할머니 덕에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 장학재단은 금산군이 지역의 인재를 키우자고 시작한 '금산장학회'다. 금산군에서 50억 원, 그리고 민간에서 50억 원을 조성해서 10년 내 100억 원의 기금을 가진 장학회를 만들자고 열심히 모금 중이다.

그리고 지난 21일에 '대둔장학회'의 설립 발기인 총회가 있었다. 충남도의원을 역임한 사업가 유태식씨가 지역의 인재를 키우기 위해 몇 년 내에 10억 원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우선 3억1000만 원의 기금을 마련했고, 당장 900여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한 다음에 출범식을 가졌다.

항간에는 지역에 장학재단이 여러 개 있으면 혼란이 있을 수 있으니 하나로 합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의견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많은 액수의 장학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재적소에 배분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큰 장학회가 있다면 작은 장학회도 있어야 하고 서울대 학생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이 있다면 환경이 어려운 학생에게 지급하는 장학금 제도도 있어야 한다.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경제적인 지원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주고 받는 사람의 명예도 된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내가 학창 시절에 어떤 장학금을 받았다'는 것이 하나의 소중한 이력이 될 수도 있고, 어떤 훌륭한 분이 받았던 장학금을 지금 내가 받고 있다는 자부심도 자신의 성취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장학재단의 입장에서도 '우리가 이런 훌륭한 사람을 키웠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기에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제도의 장학재단은 필요하다.

그리고 좋은 뜻을 위해 거금을 쾌척한 사람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예우를 해주어야 제2, 제3의 독지가들이 계속적으로 출현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다양한 장학제도는 필요하다.

세상이 힘들수록 이웃과 함께 따뜻한 마음을 나누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니, 우리에게는 언제나 희망이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