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재래시장… 대형마트 제한 등 근본책 마련을”

“벼랑 끝 재래시장… 대형마트 제한 등 근본책 마련을”

10년새 매출 규모 40조26조 급감… 마트는 3배 성장 시설 현대화 '효과 미미' 젊은상인 양성 등 활성화

  • 승인 2011-12-28 14:21
  • 신문게재 2011-12-29 10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중도초대석] 이덕훈 한국전통재래시장 학회장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 이덕훈 한국전통재래시장 학회장
▲ 이덕훈 한국전통재래시장 학회장
-2007년부터 재래시장 학회를 이끌어 오고 계신데 다소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재래시장 학회의 창립 취지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어떤 분야입니까?

▲글로벌화의 흐름아래 유통시장의 개방으로 백화점, 마트 등의 대형화는 물론, 인터넷쇼핑몰, 편의점 등 신 업태가 확산되면서 우리 삶의 터와 문화의 장인 재래시장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서민의 경제와 밀착되어온 재래시장은 소득 수준과 소비자의 구매관행, 그리고 시장여건 등을 고려한다면 더욱 육성발전 돼야 합니다.

더욱이 재래시장의 활성화는 중소기업진흥과 영세상인의 보호육성을 통한 고용창출의 효과뿐 아니라 생산과 소비를 중재하는 역할을 원활히 수행함으로써, 지역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돼야 합니다.

이처럼 경제적 측면에서나 사회 정책적 측면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소비자의 애환이 서려있는 재래시장의 활성화는 우리의 시급한 당면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전통재래시장학회는 이처럼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상인들을 주로 연구과제로 삼았던 전통상학회와 시장 중심의 재래시장학회가 올해 통합되면서 새롭게 탄생된 학회입니다.

한국전통재래시장학회에서는 유통시장의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하고, 그 중에 대형소매점의 현황을 분석해 전통재래시장의 생존 및 활성화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취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래시장 학회의 규모는 현재 어느 정도인지요. 어느정도 성숙 단계에 왔는지, 앞으로 재래시장 학회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어떻습니까?

▲전국 200여개 대학 교수와 50여명의 연구자, 그리고 100여명의 시장 상인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어 기존의 학계중심이 아닌, 학계·관계·업계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재래시장을 살려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논문이 현재 4집이 나왔고 학술발표는 8회정도로 이어지고 있는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그러나 1988년 창립된 전통상학회의 통합은 그동안 시장중심의 연구에서 상인연구, 특히 조선시대의 부보상(보부상)의 연구등을 통한 상인정신, 기업가정신의 연구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래시장 규모는 10년전에는 매출액이 40조원에서 26조원으로 떨어졌으며 대형마트는 10년전에는 10조원에서 지금은 28조원으로 성장하였고, 온라인판매는 10년전 5조원에서 28조원으로 성장한 것을 보면 지역경제의 측이며 서민경제의 핵인 전통재래시장을 이제는 모두가 다같이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며 추구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학문학적으로 재래시장의 의미와 발전 가능성, 그리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뭔가요.

▲2010년 현재 재래시장은 1517곳으로 점포 20여만개 상인 36만여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가족당 4인을 곱하면 144만여명의 생계를 담당하고 있으니 학자로서 당연히 연구해야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20~30년전의 시장은 다양한 삶의 문화가 있던 삶의 장소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산업화만 중시하다보니 우리의 삶의 터인 시장은 쇼핑거리만 남게되고 시장에 존재하던 문화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런 문화를 살려보자는 것이 첫번째 관심이었고 두번째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상인들에게만 그리고 정부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 학회는 학제적인 연구로서의 학회입니다.

-현재 재래시장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각종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 결과가 눈에 띄는 것 같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현재 재래시장을 위해 매년 수천억을 들여서 정부에서 '재래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설 현대화 사업을 실시한 재래시장 709곳의 연평균 매출액은 2006년 304억7800만원에서 2008년 244억100만원으로 20%나 떨어져 재래시장 전문가들을 당황케 하고 있습니다.

시설현대화사업이 17조원이상 들었다고 하는데 그다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하나도 증가하지 않은 강원, 전남에서는 시설 현대화 사업을 벌인 시장의 매출이 각각 31%, 105% 뛰었다는 점을 보면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습니다.

2002년부터 2008년 사이의 6년 간의 재래시장 매출액은 41조5000억원에서 25조9000억원으로 15조6000억원이나 감소한 반면, 대형마트 매출액은 오히려 17조4000억원에서 30조7000억원으로 13조3000억원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즉 시설현대화도 중요하지만 대형마트가 늘어나지 않는 정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점이죠.

-외국의 경우 여러 전통시장이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우리의 경우 이렇다할 대표 시장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전의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우리가 뉴욕이나 동경 등의 도시를 방문해도 꼭 들르는 곳은 뉴욕의 타임광장, 브로드웨이, 자유의 여신상과 뉴욕의 역사와 전통이 함께하는 재래시장인 차이나타운입니다.

동경 역시 도쿄타워, 오다이바, 동경디즈니랜드를 방문하고 들르는 곳이 동경의 재래시장이며 관광상품이기도 한 우에노 시장과 아사쿠사 시장입니다.

하지만 대전의 글로벌경쟁력은 대덕밸리를 중심으로 한 과학경쟁력이지만 국제관광상품으로서의 재래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쉽습니다.

대전중앙시장, 문창시장, 한민시장, 중리시장 등이 있지만 먹을거리와 볼거리, 살거리를 위해 외국인이 줄지어 기다리는 것을 보고싶습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몇 십년 된 레스토랑이나 식당의 먹거리, 역사적 사건 등을 구성하여 볼거리를 만들어야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합니다.

사실, 대전의 특성상 100년 이상 된 전통이 있는 다방이나 레스토랑도 없고 대전에만 존재하는 음식이나 볼거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전에도 50년 이상된 삼계탕집도 있고, 50년 이상된 중국집과 50년 이상된 빵집도 있습니다. 대전은 공주와 부여처럼 역사가 오래된 고도(古都)가 아니고 근대 이후의 도시이기 때문에 근대를 상징화하여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부에서 재래시장 정비 정책을 추진해도 불편함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학회차원에서의 아이디어나 정책이 실제 반영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우선 노무현 대통령 당시 시행된 신용카드 수수료 할인을 들수 있습니다. 재래시장 온누리 상품권 역시 상인들과 우리학회의 공통된 의견으로 정책에 반영돼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래시장을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재래시장 활성화를 하려면 재래식이 아닌 방식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우선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서 시장을 활성화 해야 하는 거고요. 일본 우에노 시장을 살펴보니 명문 대학을 졸업한 2세들이 시장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전통적인 판매와 인터넷 판매를 겸하면서 돈을 많이 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인 대학을 운영하다 보면 4~5년전 상인들의 평균 나이가 54세 정도였다면 이제는 20~30대의 젊은 상인들이 간간이 눈에 띕니다. 이들은 1세대 상인들과 달리 정보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 운영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매우 고무적인 부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덕훈 학회장은?

1957년 공주출생으로, 1976년 한남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한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일본 게이오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남대 학술정보처장, 학생처장, 기획처장 등을 거쳤고, 행정수도범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 한국경영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재래시장학회 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대담=오주영 기업·유통팀장, 정리=오희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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