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면죄부” 솜방망이 처벌 반발

“유전무죄 공식 재등장” “이러니 계속 범죄 저질러” 시민단체·누리꾼 비난봇물, 공대위 “끔찍하다” 분노감

●'대전판 도가니' 보호처분 판결

▲ 지적장애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 재판이 27일 대전지방법원 가정지원에서 열려 가정지원을 찾은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엄중처벌을 촉구하며 무언시위를 하고 있다. 손인중 기자 dlswnd98@

'대전판 도가니' 지적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한 법원 선고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솜방망이 판결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원표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사실상 무죄나 마찬가지다”며 “법원에서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준 것이다”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국장은 “이 사건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았는데 법원이 정확히 판단해서 사회에 경종을 울렸어야 하는 데 전혀 의지가 없었던 같다”며 “유전무죄 공식이 다시 등장했다”고 개탄했다.

김순영 대전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장도 같은 의견을 냈다.

김 소장은 “일각에서 시민단체 쪽에 학생들을 잡으려고 하느냐며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내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죄를 지었으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을 감안할 때 최소한 주동자급이라도 소년원 송치 등의 처분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법원의 판결은 다른 청소년들에게 법원의 판결로 청소년들에게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라는 생각을 심어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지적장애여중생 사건 엄정수사 처벌 촉구 공동대책위원회는 법원의 선고 직후 성명서를 내고 분노감을 표출했다.

공대위는 “이미 소년법정으로 송치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이 정도로 법원이 사회정의에 반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특히 청소년들이 이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을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밝혔다.

네티즌들도 사법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닉네임 '미르'인 네티즌은 “법원에서 조차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쉬쉬하고 양형을 낮게 하니 범죄연령도 낮아지고 (범죄양상도) 흉포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치즈'라는 누리꾼도 “판결이 이러니 학생들은 잘못한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범죄를 저지른다”고 썼다.

한편,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선고공판에는 가해 학생들과 부모들이 법정에 입정할 때와 퇴정할 때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등 외부의 시선을 의식했다.

일부 보호자들은 취재진을 향해 “너무 하는 것 아니냐?”, “얼굴은 찍지 마라”라는 식으로 민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법원 선고 수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