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잖아도 교육과학기술부 퇴직 공무원과 대선 캠프 출신 낙하산 인사 논란 등이 심심찮게 거론돼 왔다. 과학벨트 성패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이 기초과학연구원이다. 특정지역, 특정대학 출신이 장악하거나 비전문 분야 인사로 채워진다면 미래는 낙관하기 힘들다. 기초과학 연구자들에게 부푼 희망 대신 실망감만 안겨줄 게 뻔하다.
인사를 둘러싼 이견과 논란은 다른 데도 있다. 물리학 전공자에 치중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과학계 일각의 목소리도 그것이다. 당연직을 제외한 초대 이사 9명 모두 지역 외 인사들로 채워진 점은 중대한 결함으로 꼽힌다. 기초과학연구원이 대덕특구 출연연구기관 중심에 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솔솔 흘러나온다.
구성 기준이 무엇이건 공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기초과학연구원 산하 50개 연구단 중 10개를 배정받은 대구·경북 연합 소속 인사도 이사에 포함돼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이 방향을 제대로 잡고 가기 위해서는 정치색을 띤 인사, 특정 지역 편향성이 있는 인사를 배제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정치적 이용은 안 된다. 어떤 경우에도 정치권이나 정부가 과학벨트를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래 우리 과학의 전 과정을 집적화하면서 순환해야 할 과학벨트다. 퇴직 공무원들을 위한 자리도 특정 대학, 특정 지역 인사를 배려한 자리도 될 수 없다. 대전과 충청권에 과학벨트의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를 설정한 것은 대전을 중심으로 교류하고 소통하며 산업과 생산이 융합하는 과학비즈니스 도시를 만들라는 취지 아닌가. 하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 관련 인사를 보면 이런 취지에 역행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기초과학연구원을 비롯한 과학벨트의 모든 기능이 조기에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다른 지역보다 월등한 지역의 연구·사업 인프라의 우월성을 100% 활용해야 할 것이다. 대덕특구 출연연과의 연계 강화는 그래서 중요하다. 무엇보다 인적 구성부터 지역 과학기술계의 공감을 얻는 인물이 선정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사 명단을 보면 이에 역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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