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기돈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즉, 전체 취업자 3명 중 1명이 자영업자란 얘기다. 더구나, 현재 증가추세가 더 큰 문제다. 2010년에는 29%로 그리스 35% 다음으로 높아 OECD 회원국 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2008년에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25%를 차지했었는데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여튼, 전반적으로 선진국의 자영업자 비중이 10% 전후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너무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것은 경기변동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경기가 좋아지면서 1990년대에 자영업자의 수가 급속히 증가했다.
90년에 약 500만명하던 자영업자 수는 경기 호황을 타고 사람들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90년대 중반까지 급증세를 이어갔다.
매년 거의 10만명 이상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97년 600만명에 육박할 정도였는데, 이때가 우리나라 자영업의 전성기였다.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의 비중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음식점, 호프집, 옷가게 등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업종에 몰려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4명 중 1명이 음식점, 옷가게, 호프집 등 생활밀집업종에 집중돼 있어 실질적인 자영업의 경쟁이 예상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
전국 음식점 수는 약44만개로, 식당 1곳이 우리나라 인구 전체 중에 114명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의류판매점 자영업자 수는 인구 595명당 1개 꼴이었으며, 부동산중개업은 650명당 1개, 호프집은 767명당 1개로 나타났다.
이처럼 공급이 너무 많다 보니 우리나라 자영업자 중에서 적자를 보는 가게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적자가구 비중은 1990년 10.4%에서 2010년 19.7%로 증가했다. 외환위기까지 적자를 보는 가게는 매우 드물었지만 외환위기 이후에 이렇게 급등했다. 2001년 19.9%로 증가하면서 지금까지 비슷한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창업자 100만명 중 80만명 정도가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업하는 자영업자의 대략 절반이 창업 2년 이내에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빨리 폐업을 하는 이유는 우선 아무래도 자영업 내부의 과당경쟁과 대형마트와 SSM으로 알려진 기업형 슈퍼마켓이 등장했기 때문에 대형자본에 소자본을 가지고 창업한 자영업자는 버티지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렇게 갈수록 어려워지는 자영업의 위기를 해결할 뾰족한 대책을 못 찾는 현실이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우선 자영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자영업자의 40% 정도는 국민연금에도 가입하지 않고, 소상공인의 퇴직금이라고 할 수 있는 소상공인공제기금에 가입한 사람도 전체에서 6만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회복지가 잘돼 있는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자영업 종사자들을 보호하고자 실업보험, 실업부조 및 구직급여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러 가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영세자영업자의 사회안전망 구축은 없다.
그리고, 자영업의 근본대책은 '좋은 일자리 창출'이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층이나 회사에서 퇴직한 중장년충이 생계수단으로 자영업에 대거 몰리는 것이 과당경쟁의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예산을 배분할 때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산업육성 분야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대전은 전체 예산 중 약 2.3% 정도만 산업 및 중소기업 육성에 투입하는데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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