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
이런 현상을 넘어서는 대안이 없지 않다. 캐나다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기업의 5년간 생존율은 38%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일반기업의 두 배 가까운 65%의 생존율을 보이고 있는 기업이 있으니 바로 협동조합이었다. 상대적으로 생존율이 높은 협동조합은 우리나라 자영업과 유사한 수준인 10인 이하의 규모가 많은 노동자협동조합이다. 노동자협동조합은 생산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근로자이면서, 기업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경영자이기도한 경영형태다. 이 노동자생협은 일반 기업에 비해 장기근속, 생활임금의 보장, 의미 있는 노동과 개인의 발전을 지원하는 시스템, 재정 건전성의 견지, 가치를 중시한 생산 활동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시니어들은 자영업 창업의 치열한 경쟁이 아니라 협동조합의 창업은 꿈꿀 수가 없다. 한국에서 협동조합은 농업협동조합법 등 1차 산업 중심의 8개 특별법에서 정한 유형이 아니면 협동조합 만들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적어도 협동조합 분야에서는 확실한 후진국인 셈이다.
UN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정하고 이런 현실의 개선을 한국에 권고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공동의 소유와 민주적 방식으로 관리되는 기업을 통해 공통의 경제, 사회 및 문화적 욕구와 열망을 달성하고자 자발적으로 조직된 사람들의 자율적인 조직이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은 '협동조합은 경제적 생존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선언한바 있다.
UN이 협동조합에 주목한 것은 세계적인 글로벌 재정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눈부신 기술진보로 인해 생활은 더욱 편리해지고 전체소득 수준은 높아졌지만 경제, 사회 양극화와 소득불균형 등으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사회갈등 요인은 점차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탐욕'이 아닌 '윤리적인 경영'을 추구하고 '특정계층'이 아닌 '모두가', '상생번영'하는 포용적인 새로운 시장경제의 모델에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UN은 협동조합을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의 대안모델로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 협동조합기본법 심의는 표류하고 있다.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정계개편과 여야갈등이 급한 탓에 협동조합에 대한 기본법제에 대한 관심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1인1표의 민주적인 경영', '이익극대화가 아닌 조합원의 편익 제공', '원가주의 경영', '지역사회 기여 원칙' 등 기존의 기업과는 다른 독특한 운영원칙을 갖고 있는 협동조합을 통해 경제 사회적 양극화를 극복하는 노력에 정치권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서민경제의 활성화와 양극화 문제 해소에 기여하는 협동조합은 이미 전 세계 100여 개국 8억 명 이상이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에 있다. 이러한 협동조합을 통해서 지속적이고 포용적인 성장이 추구되는 시장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협동조합기본법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한다.
이익보다 사회적 목적을 앞세우는 사회적기업의 상당수도 협동조합 기본법이 만들어지면 협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바꿀 것이다. 900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민들의 교육공동체가 협동조합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시민생활의 불안을 시민들의 협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길을 협동조합이 만들어가도록 협동조합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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