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5월 16일 일요일. 야구의 '야'자를 조금이라도 안다는 사람들의 시선은 부산 사직구장으로 쏠렸다. 사람들은 궁금했다. 한국 야구 최고의 투수는 과연 누구인가. 이날 당대 최고의 투수로 꼽히던 '무쇠팔' 최동원과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이 맞붙었다.
최동원은 시원시원한 직구와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로 타자들을 제압했다. 선동열은 자로 잰 듯 정확한 강속구와 원반처럼 휘는 슬라이더로 맞받았다.
최동원의 롯데는 8회까지 2-1로 앞섰지만 9회초 선동열의 해태에 동점을 내준다. 연장 승부. 지칠 때도 됐건만 둘은 마운드에 서 있었다.
'퍼펙트게임'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가장 뜨거웠던 그날의 경기를 오롯이 담는다. 경기의 결과를 안다고 해도 상관없다. 영화의 포인트는 최동원과 선동열의 대결이 아니라 '사람 영웅'의 이야기에 있기 때문.
“동열아, 절대 안 내리 간다. 그래 끝까지 함 가보자.” 야구와 승부를 위해 끝까지 자신을 채찍질 하는 최동원. “얼마를 더 따라가야 동원이 형을 잡을 수 있간디요.” 흠모하는 선배 최동원을 이기기 위해 손가락 살집이 갈라지는 고통을 참아내는 선동열. 두 남자가 상대를 밟고 올라서는 싸움이 아닌 자신과의 뜨거운 승부를 벌이는 모습이 '퍼펙트게임'의 재미이자 매력이다.
게다가 재미를 더하기 위해 허구도 섞었다. 만년 2군 포수 박만수가 그다. 야구에 대한 열정은 뜨겁지만 실전 경기를 뛰지 못해 '빵점 아빠', '고개 숙인 남편'으로 산다. 그는 최동원에게 동점 홈런을 빼앗으며 그동안의 설움을 씻어낸다. '남자' '아빠' '남편'의 책임을 다하려는 그의 모습은 최동원, 선동열이 주는 감동만큼 울림이 크다.
그날 장장 4시간56분, 연장 15회 맞대결의 결과는 2-2 무승부. 최동원은 209개, 선동열은 232개의 공을 던졌다. 선동열의 한 경기 최다 투구수는 깨지지 않을 기록이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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