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개인주의의 함정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형태]개인주의의 함정

[논단]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승인 2011-12-22 14:26
  • 신문게재 2011-12-23 20면
  •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내 것 가지고 내 멋대로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해?”

왠지 귀에 익숙한 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하지만 동시에 그 말이 무엇인지 잘못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별로 틀린 말 같지 않은데도 그렇다고 옳은 말이라고 할 수 없는 이 말이 개인주의의 함정이다. '내 것'이라는 표현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과연 '내 것'이 세상에 존재할까? 내가 가진 집, 땅, 아들과 딸, 사업체, 이 모든 것이 '내 것'인가? 더 나아가 내 신체, 손과 발 그리고 두뇌에 이르기까지를 우리는 '내 것'이라고 하지만, 진정한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단히 철학적인 말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단순한 이야기다. 우리의 육체를 돌아보자. 우리는 단지 이 세상에 살기 위해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육체를 물려받았다. 그리고 세상에 살면서 그 육체를 사용하고 혹사하다가 죽음에 이르러 자연에게 돌려준다. 여기에 진정한 '내 것'이 있는가? 그저 자연으로부터 빌려온 것이며 그래서 자연에게 돌려줄 육체만 있을 뿐이다.

하물며 내가 가진 집은 무엇인가? 법이 이 집은 '내 것'이라고 인정하면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쟁으로 사회가 무너질 때에 이 집은 결코 '내 것'이 아니다. 사회가 나를 보호해 줄 때에, 나라가 우리들을 보호해 줄 때에 비로소 이 집이 '내 것'이 되는 것이지 이미 이러한 보호막이 없을 때에는 결코 이 집은 '내 것'이 아닌 것이다.

이 세상에 결코 진정한 '내 것'은 없다. 다만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을 때 비로소 '내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운데 비로소 진정한 나 자신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여전히 내 것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말을 할까? 우리가 해결해야 할 어떠한 문제에 부딪쳤을 때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하게 되고 서로의 의견 모두 일리가 있을 때 사람들은 상대적이라고 표현한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은 바로 이러한 상대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개인주의라는 이름으로 잘못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함정이다. 누구도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누구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라고 변형된 것이다.

성의 자유로움, 낙태, 동성애를 인정하는 것은 바로 '내가 내 육체를 마음대로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해'라는 말과 같다. 물론 타고난 기질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비정상적인 것을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보호받을 필요는 있지만 있지만 이것을 좋은 것이라거나 옳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재산의 소유도 동일하게 말할 수 있다. 내 산이니까 마음대로 산을 파괴해도 된다는 것, 많은 사람의 취업을 위해 기업은 자연을 파괴하고 공장을 지어도 된다는 것, 이것은 외형상 정당한 것 같지만 실제 개인이나 기업의 이기적인 목적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개인주의의 악용이다.

그래서 선한 개인주의와 악한 개인주의를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이웃과 함께, 후손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의무를 알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자유를 느끼고 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것, 사랑과 배려, 친절과 관용 그리고 베품과 나눔이 바로 선한 개인주의이며, 이에 반해 자유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기의 것을 함부로 하는 것, 탐욕과 무절제, 불친절과 나눔에 대한 인색 그리고 사치와 낭비가 바로 악한 개인주의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시대가 불행한 것은 바로 악한 개인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업광고들은 사치와 무절제한 소비를 조장하고, 기업들은 기업을 확장하고 시장을 지배하려는 욕심에 가득 차 있으며, 부유층은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의 사치를, 그리고 인터넷과 매스컴은 사람들에게 탐욕과 무절제를 가르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악한 개인주의의 범람 속 한 모퉁이에 잘 들리지 않은 작은 목소리로 외치는 선한 개인주의가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악한 개인주의의 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곳에 눈길을 주고 있다. 정말 선한 것, 좋은 것 그리고 의미 있는 일들은 피하려고 한다는 것이 바로 이 세상 창조의 가장 신비로운(?)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