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구로부터 보령 지켜낸 수호신… 행적 곳곳 남아있어”

“왜구로부터 보령 지켜낸 수호신… 행적 곳곳 남아있어”

고려말 왜구 침략 물리치고 '만세 보령' 터전 닦아 最古 역사지리지 '신안읍지'에도 전적지명과 소개 돼

  • 승인 2011-12-22 14:20
  • 신문게재 2011-12-23 12면
  • 보령=오광연 기자보령=오광연 기자
●1·2차 학술세미나로 보는 김성우 장군의 업적 재조명

▲ 지난 11월 18~19일 대천리조트 웨스토피아 대강당에서 '김성우 장군의 왜구토벌과 보령'이라는 주제로 제2회 추모기념 학술대회가 열렸다.
▲ 지난 11월 18~19일 대천리조트 웨스토피아 대강당에서 '김성우 장군의 왜구토벌과 보령'이라는 주제로 제2회 추모기념 학술대회가 열렸다.

고려말 보령에 침구한 왜구를 물리치고 만세보령의 터전을 마련한 보령의 자랑스러운 역사적 인물인 김성우(1327~1392) 장군이 뜻있는 보령의 문화단체와 후손에 의해 뒤 늦게나마 재조명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장군의 기록은 '고려사'나 '고려사절요'와 같은 역사지에 등장하지 않고 조선전기 금석문이나 조선후기 지리지에 등장하고 있어 장군의 행적에 관해 여러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장군의 행적을 조명하기 위해 1차와 2차에 걸쳐 학술세미나가 개최되면서 역사인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집중 조명된 장군의 추모기념 학술대회를 정리해 그동안의 학술적 성과 및 장군과 관련돼 제기되어온 문제를 검토해 봄으로써 김성우 장군의 위상을 제고해 본다. <편집자 주>

▲김성우 장군은 누구인가?

1327년 개경에서 태어난 김성우 장군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창한 1392년 보령시 청라면 스무티 고개에서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절의(節義)를 지켜 자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성우 장군의 부친 김윤장(允臧)은 봉익대부 판도판서 밀직부사를 역임한 외교에 능한 인물이었다. 조부는 충렬왕 때 문하시중과 문임랑 감찰어사를 지낸 김류(流)다. 증조부 김주정(周鼎)(1228~1290)은 1264년 과거에 장원급제한 후 1280년 관군만호, 소용대장군으로 제2차 일본정벌에 참여하여 판삼사사를 지냈고, 시호는 문숙(文肅)이다. 이처럼 김성우 장군 선계의 가문 성향은 증조부 김주정 이후 만호를 세습하고 전라 서해안 등지에서 왜구토벌에 큰 공적을 세웠다.

▲ 고려 말의 정치상황과 보령의 왜구

잘 알려진 대로 1350년을 기점으로 1390년까지 약 40여 년 간 왜구의 침구는 최고조에 달했으며, 특히 1380년을 정점으로 우리나라 전역은 물론 중국 연해까지 왜구의 큰 피해를 입었다. 이 시기 보령도 왜구의 소굴이 되었고 보령은 살 수 없는 땅이 되었다. 이 누란의 위기에서 보령 및 서해안에 창궐한 왜구를 소탕하고 편안히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이가 바로 전라우도 도만호 겸 초토영전사 김성우 장군이다.

김성우 장군은 서해에서 북상하며 내륙으로 상륙하여 노략질을 일삼는 왜구를 보령지방에서 격퇴하고 이곳에 정착하여 그 후손들이 보령지방의 문화를 성숙시키는 삶의 터전을 닦았다. 이처럼 김성우 장군은 왜구의 침구로부터 보령의 땅과 백성을 지켜내고 만세보령의 터전을 닦은 역사적으로 자랑스러운 인물이다.

▲ 제1회 학술대회-보령지역 토왜활동 고증의 계기

김성우 장군의 토왜활동을 조명하기 위한 제1회 김성우장군 추모기념 학술대회가 2010년 9월 3일 충남대 인문학연구원(원장 박찬인)의 주최, 주관으로 보령시 문화예술회관 강당에서 개최되었다.

이 학술대회에서 최근묵(충남대)·윤용혁(공주대)·이해준(공주대) 교수 등 학계의 전문가들은 김성우 장군의 보령지역에서의 왜구토벌 행적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특히 이재 국방문화재연구원장은 시루성 지표조사를 통하여 고려군의 감시초소로 시루성이 의평리 전첩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였음을 간접자료로 제시했다. 하지만 김성우 장군이 언제, 어떤 형태로 보령에서 왜구를 토벌했는지에 대한 접근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 제2회 학술대회-장군의 왜구토벌 시기, 기록 배제원인 밝혀져

제1회 학술대회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2회 김성우장군 추모기념 학술대회는 지난 11월 18일 대천리조트 웨스토피아에서 (재)국방문화재연구원(원장 이재)과 (사)한국역사문화연구원(원장 이성무 전국사편찬위원장)의 공동주최, 주관으로 개최되었다. 이날의 학술대회에서 민현구(고려대), 이재준(전 육군제8361부대장), 송백헌(충남대), 권순진(국방문화재연구원), 김경수(청운대) 교수 등은 김성우 장군의 보령전첩을 현대적 군사전략차원, 전적지명, 성곽을 중심으로 분석하거나 향후 장군 유적의 활용과 정책을 제안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국내외 왜구연구의 석학 이영(방송대)교수는 전라도 도원수 김종연, 지용기 등의 휘하에서 활동하던 김성우 장군이 이들과 더불어 대마도 정벌(1389)은 물론 전라 서해안을 침구하던 왜구를 토벌에 참여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그는 김성우 장군이 보령에서 왜구를 토벌한 것은 사서의 기록인 1381년(우왕7년)으로 김종연 휘하의 장군으로 왜구토벌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장군의 왜구토벌 공훈에도 불구하고 사서의 서술에서 빠진 것은 윤이, 이초의 사건(1390) 때문으로 이 사건에 6촌 김종연 장군이 연루되어 조선개창세력에 의해 제거됨으로써 김성우 장군의 행적이 매몰되었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논지를 전개했다. 따라서 김성우 장군이 여말선초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사에 묻히게 된 원인이라는 새로운 결론을 도출했다.

이로써 그동안 미진했던 여말선초와 왜구토벌사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1, 2회 학술대회를 통하여 김성우 장군이 왜구의 침구로부터 보령을 지켜낸 수호자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밝혀졌다.

▲ 보령 최고의 금석문-김남호 묘비(1501년)

김성우 장군의 토왜행적은 장군의 아들 김남호 묘비(1501)에 처음 등장한다. 이 묘비는 장군의 증손 우정 김극성(1474-1540)이 어머니 상을 당하여 시묘생활을 하면서 지은 묘비다. 이 묘비에 장군이 '왜구를 토벌하라는 왕명을 받고 장수로서 보령을 지나다가 폐허가 된 땅을 보고 가계를 꾸려 보령인이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4대가 이사하지 않아 보령인이 되었음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김남호 묘비는 현존하는 보령 최고의 묘비라는 금석문적 가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 묘비가 조선전기의 금석문으로 1차 사료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금석문은 장군의 실체와 토왜행적의 고증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 김성우 장군의 보령 입성배경은 왜구침구 때문이다

김성우 장군의 보령에서의 토왜활동은 1381년과 1388년의 왜구침구로 입증된다. 김성우 장군의 보령입성 배경이 처변이나 외변이 아닌 왜구토벌에 있다는 사실은 유형원의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1656~1673)에서 분명하게 확인된다. 유형원은 이 지리지 인물조에서 장군의 증손 김맹권을 설명하면서 '장군이 왜구토벌의 공으로 사패지를 받아 보령에 입향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1540년 경 회재 이언적(李彦迪)이 지은 김극성의 행장에 김성우 장군이 아들 김남호에게 유언한 '내 평생 기록할만한 덕이 없구나. 여러 차례 왜구를 물리쳤으니, 저들이 비록 추한 무리라 하나 살육을 너무 많이 하였구나. 살육은 도가(道家)에서도 꺼리는 것이니 너희들은 오직 덕을 수행하여 출세할 뜻을 깨끗이 없애면 대대로 덕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내용은 장군의 토왜활동을 고증하는 결정적인 자료로 평가된다.

▲ 김성우 장군의 보령 전적지명은 역사적 사실이다

보령 곳곳에는 의평리, 복병리, 관암 등 김성우 장군의 보령전적에 관련된 많은 전적지명이 전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지명들이 과연 장군의 보령지역에서의 토왜활동을 입증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지명은 일정지역의 지형적 특성이나 역사적 사실 등을 근거로 만들어진 오랜 세월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보령에 전승되는 김성우 장군의 전적지명 또한 이러한 사회적 결과물로 보아야할 것이다. 김성우 장군의 전적지명의 특징은 관암, 군입, 의평, 복병리 등 보령의 해안선을 따라 왜구침구 경로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또한 군헌(군마루), 상주막, 해망산, 불뭇골, 시루성, 창터, 병하지벌 등 왜구를 감시하거나 전투가 벌어진 장소에 한정되어 있다.

▲『신안읍지』-김성우 장군의 보령전적지명을 최초로 기록

▲  현존하는 최고의 보령현 역사지리지 '신안읍지'.
▲ 현존하는 최고의 보령현 역사지리지 '신안읍지'.
'신안읍지'는 보령현감을 지낸 정권(鄭權)(1692~1757)이 우부승지로 승진하여 한양으로 올라가 편찬한 현존하는 최고의 보령현 역사지리지다. 정권은 이 지리지에서 약 253명의 보령현의 인물을 시대 순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장군은 보령지역에서 왜구를 토벌한 보령현 최초의 역사인물로 전적지명과 함께 소개되어있다. '신안읍지'의 중요성은 편찬의 객관성이다. '신안읍지'를 부정한다면 이 지리지를 편찬한 사람들을 비롯하여 당시 보령현의 재지사족 전체를 부정하는 일이며, 이것은 나아가 보령현의 정체성의 부정으로 이어진다.

▲김성우 장군은 보령의 역사인물이다

최근의 연구(황인덕, 2010)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동국여지승람', '여지도서'에 등장하는 백제시대의 성충, 계백, 흥수, 복신, 흑치상지, 지수신(이상 부여현), 고려시대의 이도(전의현), 우학유(목천현), 복지겸(면천현), 이자송(청양현), 김성우(보령현), 조선시대의 서익(은진현), 김시습(홍산현) 등의 역사 인물들이 전설유형화 되어있음이 주목된다. 만약 김성우 장군이 조작된 것이라면 위의 역사인물 모두가 조작된 인물이라는 큰 위험이 있다.

▲김성우 장군 위상 - 보령의 수호신이자 21세기 보령 정신문화의 연원

▲ 김성우 장군 추모제향 모습.
▲ 김성우 장군 추모제향 모습.
이처럼 김성우 장군의 위상에서 중요한 것은 보령지역에서의 왜구를 토벌하여 만세보령의 터전을 마련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군 사후 후손들이 장군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장군의 전적지인 보령에 뿌리를 내렸고, 현재의 많은 성씨들 예컨대 한산이씨, 한양조씨, 무주김씨, 원주원씨, 용인이씨, 인천채씨, 능성구씨, 경주이씨, 평강채씨, 전주이씨, 양주조씨, 전주류씨, 청해이씨, 평산신씨, 안동김씨 등이 장군의 후예와의 혼연을 통하여 보령에 입향하여 그 내외 후손들이 21세기 보령의 정신문화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 아닌가 한다. 물론 이외의 보령의 다른 성씨들 또한 광김의 원외손으로 보령에 입향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김성우 장군이 보령의 수호신이자 21세기 보령의 정신문화의 연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보령=오광연 기자 okh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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