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은 결코 사라진 질병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한해에 새로 결핵에 걸리는 환자가 3만5000여 명이나 되고 사망자도 2300명에 이른다. 대전만해도 올들어 10월까지 신규환자가 1200명이나 발생했다. 최근에는 '슈퍼결핵'이라 불리는 난치성 결핵도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를 방치하는 것은 보통 큰 일이 아니다. 결핵균이 퍼지면 다른 사람의 건강까지 위협하게 된다.
물론 대학병원 등에서 환자들의 진료를 보고 있긴 하다. 그래봤자 전염력을 차단하는 2주 정도가 고작이고 장기 입원은 꿈도 못 꾼다. 격리병동수도 절대 부족한데다 결핵환자 진료는 시쳇말로 '돈 되는' 진료분야가 아니다. 결핵은 최소한 6개월은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완치할 수 있다고 한다. 5개월 넘는 기간이 오롯이 환자에게 맡겨지는 셈이다. 이게 21세기 첨단 의료시대에 산다는 우리 지역의 기막힌 현실이다.
결핵환자를 제때 치료해 '예방 가능 사망률'을 낮추려면 전문의와 전문병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법정전염병인 만큼 활동성 결핵환자에 대한 전면적인 역학 조사 등 예방과 퇴치를 위한 전방위 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환자를 빨리 찾아내 격리 치료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핵 전문 병원이나 시설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노숙인 결핵관리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2020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선언한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결핵환자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건강이 걸린 문제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자치단체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픈 몸으로 서울과 마산 목포로 전문병원을 찾아 진료 원정을 떠나야 하는 지역 환자들의 고통을 헤아린다면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부터 서둘러야 한다. 결핵 전문 치료시설 확충은 질질 끌 일이 아니다. 서둘러도 늦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