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경찰간부가 청장 컴퓨터 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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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경찰간부가 청장 컴퓨터 해킹

승진에 눈멀어 '도청'까지… 공모흔적은 없어

  • 승인 2011-12-21 18:02
  • 신문게재 2011-12-22 1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경찰 간부가 이상원 대전경찰청장의 컴퓨터를 해킹하고 청장실 내부의 대화내용을 녹음하는 등 경찰 초유의 사건이 발생해 경찰 안팎이 충격에 휩싸였다.

대전경찰청은 21일 대전경찰청장이 사용하는 컴퓨터(외부망)에 원격제어프로그램과 녹음프로그램을 설치했고 휴대용마이크까지 부착해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등 통신비밀 보호법 위반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대전청 간부 A(4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대 3기 출신인 A씨는 지난 14일 오후 8시께 한 기업에서 제공하는 CEO 대상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는 이유로 대전경찰청장의 컴퓨터에 원격제어프로그램(팀 뷰어)과 녹음프로그램(스누퍼)을 설치하고 휴대용마이크를 컴퓨터 본체 뒷면에 설치한 뒤 이를 이용해 대화내용을 몰래 녹음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14일 대전청장의 컴퓨터에 해당 프로그램을 설치했지만 작업 속도가 느려졌다는 청장의 검사 요청에 컴퓨터를 15일 교체, 이후 16일 오후 6시께 교체된 컴퓨터에 또다시 프로그램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A씨의 컴퓨터에는 프로그램 시험작동 차원에서 300여 개의 녹음된 파일이 발견됐으며 청장의 컴퓨터에서는 15개의 녹음파일이 저장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15개의 파일 가운데에는 1분58초에 달하는 직원 간 대화내용이 녹음된 음성파일도 포함돼 있다.

A씨는 “내년 승진인사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서 그랬다”며 “이렇게 범행을 저지른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모바일 SNS 등 휴대폰을 비롯해 삭제된 메일 등을 복구·분석했지만 현재까지 공모 흔적은 찾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설치한 프로그램은 인터넷 상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초보적인 프로그램으로 상대방 컴퓨터를 원격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라며 “외부망에 프로그램이 설치됐기 때문에 경찰 내부 정보 등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 19일 범행 발각과 함께 직위 해제돼 대기발령된 상태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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