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위원 |
그때 그 태안 어민의 말이 아직 쟁쟁하다. “연예인들이 몰래 왔다 가지 말고 김장훈처럼 알리는 게 더 큰 도움이 돼요.” 더 많이 알고 도우러 온다는 거다. 공감한다. 그제(20일)는 90세 노부부가 구세군에 각각 1억원씩을 맡기고 갔다. “아무도 모르게 해 달라”며 신신당부했다.
노부부의 이름은 모르지만 행적은 세상에 알려졌다.
▲ 사진=이민희 기자 |
이와 관련된 것으로, 가게 형태의 음식 나눔인 대전 푸드마켓 7호점 판암점에 이은 8호점 도마점 개점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인다. 기부식품을 알아서 배분하지 않고 수혜자가 원하는 식품을 선택하는 모습은 이상적이면서 현실적으로 보인다. 은혜를 베풀되 낭비하지 말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여기에 부합하는 방식일 것 같다. 사냥한 고기나 지식의 열매를 타인에게 허락하는 공동체는 철조망을 칭칭 두른 공동체보다 어느 면에서도 훈훈하다.
▶기부의 수단이 반드시 돈일 이유는 없다. 슈바이처 프로젝트(의료), 오드리 햅번 프로젝트(문화예술), 마더 테레사 프로젝트(저소득층), 키다리 아저씨 프로젝트(멘토링과 교육 결연), 헤라클레스 프로젝트(체육과 기능)도 있다. 논산 노성초의 학부모 도우미 제도인 '찾아가는 달빛 교실', 삼성토탈(주)이 서산 서동초에 운영하는 과학꿈나무부가 이 같은 재능기부 사례로 꼽히고 있다.
기부하고 싶다. “경제가 어렵다.” IMF 사태 이후 꼬박꼬박 들어온 말이다. 실제로도 어렵다. 대전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여태 8℃에 머물고 있다. 대전 41.%, 충남 42.6%, 충북 49.1%의 주민이 “나는 하층민이다”라고 생각한다.(전국 평균 45.3%) 그러나 경기침체 한파 속에 오히려 데워져야 하는 건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그리고 희망이다. 미국에서는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가르친 교사가 해임되기도 했다. 꿈을 빼앗지 말라는 아주 센 경고다.
▶꿈을 다져주는 굿뉴스가 더 있다. 연봉 4억원, 옵션 2억원을 유소년과 아마 야구 발전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프로야구의 박찬호가 그 주인공.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그는 연봉 2400만원마저 기부하겠단다. 돈 쓰는 효용을 극대화한 이기적 행동, 자신을 위한 최대 행복 추구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자. 박찬호도 '산타'다. 누군가에게 꿈을 줄 수만 있다면 '몰래 산타', '알게 산타' 이분법은 무의미하다. 산타 복장 치어리더들의 아찔한 춤에만 눈길 가는 세태를 부끄럽게 한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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