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몰래 산타, 알게 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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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몰래 산타, 알게 산타

  • 승인 2011-12-21 14:49
  • 신문게재 2011-12-22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어떤 사람은 대전 '몰래 산타 대작전'처럼 몰래 한 선행만을 선행으로 친다. 그런데 이 청년 산타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사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 봉사한 경기도 광명의 '몰래 산타'는 올 겨울에도 '몰래 산타' 불길을 전국에 점화시켰다. 널리 알려진 스타 산타가 됐다.

▲ 최충식 논설위원
▲ 최충식 논설위원
신문사 5층 복도에 태안 자원봉사 현장 사진이 붙어 있다. 시커먼 기름덩어리를 걷어내는 이 감동의 물결에 겹쳐지는 인물이 가수 김장훈이다. 그를 알려고 '무중력 경제'를 연구할 필요는 없다.

그때 그 태안 어민의 말이 아직 쟁쟁하다. “연예인들이 몰래 왔다 가지 말고 김장훈처럼 알리는 게 더 큰 도움이 돼요.” 더 많이 알고 도우러 온다는 거다. 공감한다. 그제(20일)는 90세 노부부가 구세군에 각각 1억원씩을 맡기고 갔다. “아무도 모르게 해 달라”며 신신당부했다.

노부부의 이름은 모르지만 행적은 세상에 알려졌다.

▲ 사진=이민희 기자
▲ 사진=이민희 기자
▶현대철학에 해체 개념을 도입한 자크 데리다는 “기부자와 수혜자는 무의식의 차원에서도 기부행위를 인지해서는 안 된다”고 설파했다. 까다로운 기부다. 사르트르의 '익명 기부'는 경제적 교환 행위와 순수한 기부행위의 차이를 극복하는 대안이었다. K. E. 볼딩이 내놓은 경제행위의 동기에는 효용과 이윤 극대화만이 아닌 자기실현, 대가 없는 사랑이라는 무상(無償)의 동기가 있다. 교환의 경제학에 비견되는 '증여의 경제학'이 이것이다.

이와 관련된 것으로, 가게 형태의 음식 나눔인 대전 푸드마켓 7호점 판암점에 이은 8호점 도마점 개점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인다. 기부식품을 알아서 배분하지 않고 수혜자가 원하는 식품을 선택하는 모습은 이상적이면서 현실적으로 보인다. 은혜를 베풀되 낭비하지 말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여기에 부합하는 방식일 것 같다. 사냥한 고기나 지식의 열매를 타인에게 허락하는 공동체는 철조망을 칭칭 두른 공동체보다 어느 면에서도 훈훈하다.

▶기부의 수단이 반드시 돈일 이유는 없다. 슈바이처 프로젝트(의료), 오드리 햅번 프로젝트(문화예술), 마더 테레사 프로젝트(저소득층), 키다리 아저씨 프로젝트(멘토링과 교육 결연), 헤라클레스 프로젝트(체육과 기능)도 있다. 논산 노성초의 학부모 도우미 제도인 '찾아가는 달빛 교실', 삼성토탈(주)이 서산 서동초에 운영하는 과학꿈나무부가 이 같은 재능기부 사례로 꼽히고 있다.

기부하고 싶다. “경제가 어렵다.” IMF 사태 이후 꼬박꼬박 들어온 말이다. 실제로도 어렵다. 대전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여태 8℃에 머물고 있다. 대전 41.%, 충남 42.6%, 충북 49.1%의 주민이 “나는 하층민이다”라고 생각한다.(전국 평균 45.3%) 그러나 경기침체 한파 속에 오히려 데워져야 하는 건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그리고 희망이다. 미국에서는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가르친 교사가 해임되기도 했다. 꿈을 빼앗지 말라는 아주 센 경고다.

▶꿈을 다져주는 굿뉴스가 더 있다. 연봉 4억원, 옵션 2억원을 유소년과 아마 야구 발전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프로야구의 박찬호가 그 주인공.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그는 연봉 2400만원마저 기부하겠단다. 돈 쓰는 효용을 극대화한 이기적 행동, 자신을 위한 최대 행복 추구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자. 박찬호도 '산타'다. 누군가에게 꿈을 줄 수만 있다면 '몰래 산타', '알게 산타' 이분법은 무의미하다. 산타 복장 치어리더들의 아찔한 춤에만 눈길 가는 세태를 부끄럽게 한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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