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재수 천안시동남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
정치나 선거에서도 '기부'라는 말이 많이 사용된다. 통상적으로 선거운동과 관련해 '기부행위'라는 말을 할 때에는 그 의미가 달라진다. 선거법에서 '기부행위'란 선거구민이나 선거구민의 모임·행사 등에 대해 금전이나 물품 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금품으로 유권자의 표를 얻으려는 행위로 공정한 선거를 해치는 가장 나쁜 불법행위이고 중대범이다.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고전적인 선거범죄이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최근까지도 행해지고 있는 범죄이기도 하다.
물론 기부행위가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례적 행위나 구호적·자선적 행위 등과 같은 순수한 목적의 기부행위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다. 하지만 후보자가 당선만 생각하고 불법적인 기부행위를 할 경우 그 형량에 따라 당선무효에 이를 가능성이 높고, 선거에 지출해 반환·보전받은 돈도 반환해야 하는 등 재산상의 손실도 막대하며, 피선거권 등도 제한될 수 있어 정치인으로서의 명예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각종 경조사나 행사를 계속적으로 방문하여 축·부의금 또는 찬조금을 제공하거나, 선거와 관련한 대규모의 출판기념회와 산악회 등을 통해 참석자에게 금품 및 음식물을 제공하거나, 명절 또는 연말연시를 빌미로 선물 등을 제공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 공약, 도덕성 등을 고려해 투표하는 요즈음에 이런 기부행위를 통해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흔히 좋은 일을 할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한다. 선행을 베풀 때에는 외부로 드러나지 않게 하라는 뜻과 선행에 따르는 보상이나 관심을 바라지 말라는 의미다. 그 의미는 전혀 다르지만, 아마도 선거에서 기부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하는 불법행위는 아무도 모르기를 바라면서, 자신의 기부행위가 표(票)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기대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은밀한 기부행위라 할지라도 포상금제도 등에 따른 신고로 불법행위는 결국 밝혀진다는 것이다. 최근 사례를 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포상금제도를 도입한 이래 최고 금액인 1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유권자의 민주시민 의식이 높아지고 신고정신도 투철해져 불법행위가 설 땅은 없어지고 있다. '천망회회소이불실(天網恢恢疎而失)'이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친 그물은 눈이 성기지만 그래도 굉장히 넓어서 악인(惡人)에게 벌(罰)을 주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 모두 일상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선거과정에서도 마음에 새겨봄직하다.
유권자에게 특별히 부탁하고 싶다. 기부행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목격할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를 하는 것은 물론, 불법행위의 당사자가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기부를 한 사람과 별도로 기부를 받은 상대방의 경우에도 제공받은 금액 또는 음식물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에 상당하는 과태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후보자나 입후보예정자가 주는 금품이나 음식물 등을 아무 생각없이 받았다가 몇 십 배나 되는 과태료를 내게 되어 후회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선거와 관련해 금품이나 음식물을 제공받을 경우에는 항상 유의해야 할 것이다.
내년 4월과 12월에는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국가 전체적으로 중요한 해다.
진심으로, 내년 선거에서는 민심의 흐름을 읽어 정책으로 승부하고 국민을 위해 진정어린 봉사를 하는, 그래서 더 크고 아름다운 기부를 돌려줄 수 있는 후보자가 당선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그러기위해서는 후보자뿐만 아니라 유권자, 우리 모두가 깨어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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