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민 저 |
10여 년 동안 정약용과 황상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다산 정약용의 삶과 학문적 업적을 기리고 문화사적 의미를 여러모로 밝혀왔다. 다산 정약용은 강진에서의 유배 기간 수많은 저작을 쏟아냈고, 또한 조선시대 권력의 변방이었던 강진에서 새로운 지적 흐름을 주도하는 동시에 자신의 독창적인 교육법을 통해 제자들을 키워냈다. 그 제자 중 한 사람이 황상이었다.
이 책은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삶을 바꾼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인간 정약용의 숨겨져 있던 인간적 면모를 엿보며, 끊겨 있던 추적들을 추적하여 황상이라는 한 사람의 빛나는 삶을 복원시켰다.
정 교수에 의해 200년 전 다산 정약용과 그의 제자 황상 사이에 이어진 도탑고 신실한 사제간의 정리가 커다란 의미로 되살아난다.
조선 후기 학자 겸 문신인 다산 정약용은 많은 제자와 후학을 거느린 조선 최고의 석학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제자가 있었다. 신유박해 와중에 멀리 전라남도 강진으로 유배를 와 변변히 머물 곳 없이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던 정약용은 당시 머물던 동문 밖 주막집에 작은 서당을 열었고, 1802년 그곳에서 열다섯 소년 황상을 만난다.
시골 아전의 아들이던 황상은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다산 정약용의 '삼근계(三勤戒)'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평생 공부에 매진했고, 관 뚜껑을 덮을 때까지 한마음으로 공부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않았다.
1818년 스승이 해배돼 서울로 돌아가고 나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던 아전 노릇을 그만두고 백적동 깊은 산 속에 거처를 마련하고 농사를 지으며 초서와 시 짓기 등의 공부를 놓지 않았으며, 늘그막에는 '일속산방(一粟山房ㆍ좁쌀 한 톨만 한 작은집)'을 지어 오직 공부에 전념했다.
저자는 황상이 다산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의 인생은 180도 달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스승 다산은 가르침을 주었고, 제자 황상은 한결같은 자세로 받아들였다. 다산도 위대하지만, 제자도 위대한 대목이다.
저자는 이런 황상과 다산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고, 황상이 남긴 글들이 가슴을 쳤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잊힌 사람이었던 황상과 그가 스승과 나눈 아름다운 인연을 군더더기 없이 정제된 문장으로 복원해 냈다.
문학동네/지은이 정민/592쪽/2만38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