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한국의 로저테일러'
대전을 대표하는 메탈그룹 ‘마하트마’의 정기 공연이 있던 날, 본 공연에 앞서 오프닝 공연으로 드럼 공연이 먼저 소개된다. 주인공은 올해 12살 된 초등학생 드러머, 사회자는 이 아이를 드럼 신동이라 소개를 했지만 기자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요즘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에 흔해 빠진 아이템들이 OO신동이다.
조명이 켜지고 오프닝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12살 소년이 잡은 드럼 스틱은 그야말로 신이 들린 듯 현란하게 움직인다. 관객들의 눈과 귀를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드는 장단과 표정까지 도저히 12살 초등학생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실력이다.
5분 남짓한 잠깐 동안의 공연이었지만 12살 초등학생의 드럼은 공연장 전체를 뜨겁게 달궜다. 신동이 아닌 천재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이석철(가양초 5)군, 공연 이 있던 다음날 그를 다시 찾았다.
이석철 군이 연습하는 장소는 탄방동에 있는 작은 스튜디오였다. ‘마하트마’의 드러머인 이준선씨에게 레슨을 받고 있는 석철군의 모습은 여느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선생님의 눈빛을 응시하며 드럼을 치고 있는 모습은 꽤나 진지해 보였다.
석철군을 지도하고 있는 이준선(그룹 마하트마 드럼)씨는 "석철이의 연주를 처음 본 순간부터 가능성을 평가할 시기를 넘어 있었다."며 "현재 자신이 지도 하는 메탈 드럼뿐만 아니라 클래식, 째즈, 라틴음악까지 잘 소화해내고 있는 만큼 어느 단계까지 성장할지는 자신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준 프로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석철군은 단 한 번도 자기가 만족하는 공연을 하지 못했다. 레슨 때문에 남들보다 일찍 학교를 마치고 연습장으로 향하는 시간에도 오직 머릿속에는 드럼뿐이다. 또래 친구들에게 연필은 필기구에 지나지 않지만 석철군에게는 드럼 스틱이 되고 책상은 자연스럽게 드럼이 된다. 그런 모습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친구들이 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12살 아직은 어린 나이지만 석철군은 드럼에 자기 인생 모두를 걸었다.
석철군의 아버지 이유석(44)씨는 “아들이 드럼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겁부터 났다고.” 말했다. 자신 또한 음악에 관심은 많았지만 그 많은 악기들 중 가장 환경이 열악한 드럼에 소질을 보였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들은 기우에 불과했다. 석철이의 드럼 실력이 해가 갈수록 일취월장 하면서 불안했던 마음은 자연스럽게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이씨는“석철군이 훗날 음악으로 윤택한 삶을 살기 보다는 남들을 위해 봉사하는 음악인이 되기를 바란다.”며 “아직은 공부가 중요한 시기이기는 하지만 학업 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석철군의 드럼 실력은 두 살 터울 동생 이승현(가양초 3)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현재 기타를 배우고 있는 승현군의 실력은 형 석철군의 드럼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석철군은 “동생 승현이가 평소에는 장난도 많이 치는 개구쟁이 동생이지만 기타를 잡는 순간은 꽤나 진지하게 임한다.”며 “훗날 메탈리카 같은 세계적인 밴드를 만들어 동생과 같은 무대에서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드럼 신동 이석철군은 이제 겨우12살이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의 드럼은 끝을 모르고 성장할 것이다. 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란 드럼 신동 이석철 10년 후 성인이 된 그의 모습은 과연 한국의 로저테일러가 되어 있을지 아니면 그 이상의 반열에 올라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인터넷방송국 금상진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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