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죽었다니 믿기지가 안네요.” “북한 내부는 물론 우리나라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전 충남 지역민들은 적잖이 당황해 했다.
그러면서도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속보에 눈과 귀를 모으며 촉각을 곤두세우며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나름대로 가늠해 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대전역이나 고속버스터미널 등지에서는 바쁘게 오가는 시민들이 잠시 시간을 내 TV 앞에 삼삼오오 모여 관련 소식을 주의 깊게 시청했다. 관공서나 각 회사에 있던 직장인들도 업무 중 틈틈이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대전역에서 TV로 소식을 접했다는 회사원 김용주(43)씨는 “과거에도 김정일 사망설이 있었던 터라 오늘 전해진 소식을 처음엔 믿기 어려웠다”며 “철권통치자가 죽었다니 북한 내부 상황 급변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반면, 김정일 사망이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에 물꼬를 터줄 호재로 작용하길 기대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 이민순(52)씨는 “이번 일로 인해 폐쇄적이었던 북한이 개혁 개방 물결에 동참, 남북 간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경제적 교류는 물론이고 이산가족이 오가는 등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보수 시민단체에서는 안보태세 및 국내 친북세력 경계를 주문했다.
이광표 대전·충남재향군인회 안보부장은 “북한이 3대 세습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남침이라는 초강수를 둘 가능성이 있어 어느 때보다 투철한 안보태세가 요구된다”며 “이와 함께 남북 간 정세가 혼란한 틈을 타 국내 종북세력의 활동이 활발해 질 수 있어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성향의 시민단체 진영에선 “현재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중으로 특별히 코멘트 할 것이 없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김정일 사망에 따라 북한 권력승계 과정에서의 내홍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무력도발 등 극단적 상황으로는 비화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또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의 북한에 대한 역할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국제학과 김학성 교수는 “수십년 간 권력세습 교육을 받아온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이러한 과정이 불과 1~2년에 불과해 권력 승계 과정이 불안정할 것”이라며 “앞으로 외형적으로는 김정은 체제로 가겠지만,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고모부이자 권력 실세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도와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내부적인 문제 때문에 한국에 대한 무력도발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북한은 앞으로 중국에 너무 얽매이지 않도록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망했다.
북한정치를 전공한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신진 교수는 “장성택을 위시한 김정은을 추종하는 신흥 군부세력과 권력 다툼에서 밀려난 기존 군부와의 다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쿠데타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하지만, 아직 군부세력을 완전히 장악한 세력이 없어서 도발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현재로서는 북한이 미국의 에너지 원조를 받으면서 한국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할 것이다”며 “한국은 앞으로 북한의 새로운 권력자 및 세력이 등장할 경우 이들을 국제사회에 어떻게 끌어내 대화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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