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인술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 관장 |
더욱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유치와 인접한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 건설은 대전을 대한민국 신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첨단과학과 전통문화! 언뜻 생각해 보면 어울리지 않는 상반된 개념으로 보이기도 한다. 근대화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전통은 버리거나 새롭게 바꾸어야하는 대상으로 인식되었고, 그러한 시류에서 국악을 비롯한 전통문화는 사라졌거나 혹은 겨우 명맥을 유지해가는 수준으로 이어져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문화의 세기라 불리며 문화의 중요성과 경제성이 강조되는 21세기에 전통문화는 새롭게 인식되어야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며, 꽃 좋고 열매가 좋다'는 경구가 보여주듯이 첨단과학과 응용과학은 튼튼한 기초과학과 문화, 역사, 철학의 바탕에서 지속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첨단과학 도시, 근대도시 대전에서 역사와 전통문화를 살피는 일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대전에 전통문화와 관련된 무형문화재가 여타 광역자치단체에 못지않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전통음악과 관련된 문화재로 가곡(여창 가곡), 들말두레소리, 대전의 앉은굿(설경·안택굿·미친굿), 악기장(북 메우기), 장동산디마을탑제, 유천동 산신제, 판소리 고법, 대전 웃다리 농악이 있다. 이러한 무형문화재의 지정뿐이 아니다. 청동기 시대의 유물로 괴정동에서 발굴된 동탁(銅鐸) 2점과 고대 악기 유적인 대전 월평동의 현악기(8현금, 기원후 6세기 추정)가 있다. 동탁은 종교 제전(祭典)의 음향기구로 이와 함께 음악과 춤이 종교의례와 함께 존재했음을 추정할 수 있고, 대전 월평동에서 발견된 8현의 현악기는 6현의 거문고와 12현의 가야금과는 다른 이 지역만의 독특한 현악기가 존재하고, 음악이 존재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고대음악만이 아니다. 조선시대 대전은 공주목에 속한 진잠현과 회덕현이 위치한 지역이었다. 공주목 에는 악생 1명, 악생보 10명, 악공보 36명이 있었고, 진잠현에 악공보 5명, 회덕현에 악공보 1명이 있었다. 이는 대전지역에 조선의 아악(雅樂) 문화가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것이고, 특히 쌍청당(雙淸堂)에는 한국음악사에서 3대 악성(樂聖)으로 불리며 조선시대 아악을 집대성한 난계(溪) 박연(朴堧, 1378~1458)이 이곳을 자주 찾아 악회(樂會)를 벌였다는 기록이 확인된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에는 대전의 율객들이 모여 대전 줄 풍류의 문화를 이룩했고, 이 전통은 한밭정악회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대전은 연정 임윤수 선생의 국악유물과 자료의 기증으로 1981년 지방 정부에서 최초로 시립국악원을 설립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그 동안 대전지역의 국악문화 진흥과 국악의 생활화, 대중화,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다 해왔고, 이제 새로운 30년의 도약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와 함께 1995년에는 목원대학교에 한국음악과가 설립되어 대전의 국악문화는 중흥의 기회를 맞게 되었고, 그 인재들은 대전·충청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제 대전은 첨단과학과 전통문화가 잘 어울려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시 모델이 되어야 한다. 전통음악의 울림 속에서 첨단과학의 꽃을 피우는 첨단과학 문화도시 대전! 그것은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바라는 새로운 세기 첨단과학 문화도시의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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