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봉 한국전력 대전·충남본부장 |
올 겨울 전력공급능력은 지난해 대비 겨우 188만㎾ 증가한 7906만㎾ 수준임에 비해 최대수요전력은 539만㎾나 증가한 7853만㎾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 경우 예비전력은 53만㎾까지 떨어진다.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일 때 전력수급비상 조치의 첫 번째인 '관심' 단계에 돌입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전력사정은 비상(非常)이 일상(日常)이 되는 어려운 국면이 지속될 것이다.
역대 최대수요전력이 시현된 올해 1월 17일 당시도 예비전력은 404만㎾가 확보된 상태였다. 예비전력이 100만㎾ 이하로 떨어질 때는 지난 9월 15일과 같은 순환 정전의 악몽이 재현된다.
이에 정부와 한국전력은 예비전력 500만㎾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우선 계약전력 1000㎾이상 1만4000여 전력 다소비 고객에게 지정된 피크시간 동안 전년도 전력사용량 대비 10% 감축의무를 부과하는 절전규제 제도를 시행, 약 200만㎾의 전력수요를 감축할 예정이다.
또한 절전규제에서 제외되는 100~1000㎾의 상업용, 교육용 건물 4만700개소는 20°C 이하로 난방온도가 제한되며, 저녁 피크시간대인 오후 5시에서 7시 사이에는 네온사인 사용이 금지된다. 절전규제 제도와 난방온도 제한조치 등은 지난 5일 발표된 지식경제부의 '에너지 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에 의거 내년 2월 29일까지 시행되고 있으며, 미이행시 과태료 부과 및 명단 공개 등의 불이익이 주어진다.
이에 더해 전력수급 비상상황 발생 시 수요관리를 통한 200만㎾ 이상의 추가 수요감축이 계획돼 있고, 원활한 시행을 위해 한국전력 직원들이 모든 약정고객을 1대 1로 매칭 관리하는 '수요관리 고객 전담제'를 실시중이다.
최근의 전기요금 인상도 계절별·시간대별 차등 요금을 적용 중인 일반용·교육용·산업용 종별의 겨울철 피크시간대 요금 인상에 중점을 둔 것으로, 전기요금의 가격기능을 통해 겨울철 전력사용을 억제하려는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 예비전력 500만㎾를 확보해도 전력예비율이 적정 전력예비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6.4%에 불과하다는 점은 전력산업 종사자들을 당혹케 한다.
더욱이 우리나라 겨울철 최대수요전력이 전력 당국으로서는 통제할 수 없는 '기온'이라는 변수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최근 급증한 전기난방은 겨울철 안정적 전력수급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지난 5년간 전력소비는 매년 7.2% 증가한 데 비해 난방부하는 매년 14.2% 증가해 2006년 20%를 하회하던 난방부하 비중이 2010년엔 25.4%에 이르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모조리 난방에 사용되고 있으며, 한파가 닥치면 전력수요가 당초 통제 목표를 벗어나는 비상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전기를 통한 난방은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큰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적 에너지 조합을 구축한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비효율적이다.
이번 겨울을 잘 넘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건설 중인 발전소들이 완공돼 전력 수급이 안정기조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4년 이후부터는 폭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해 전력설비를 마냥 확충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고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두 가지 과제가 도출된다.
첫째는 전력위기 극복을 위해 겨울철 전력위기의 주요 원인인 전기난방을 자제하는 일이다. 특히 하루 중 전력수급상황이 가장 취약한 오전 10시에서 12시, 오후 5시에서 7시 사이라도 전기난방을 최소화하는 미덕은 올 겨울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소중한 밀알이 된다.
둘째는 전반적인 전력소비 수준을 낮추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도 많을 뿐 아니라, 최근 5년간 전력소비 증가율도 OECD 국가 중 최고수준에 있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허공에 날려버리는 전기에너지 사용을 후대로 유보하기 위한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이 긴요하다.
고효율기기 사용이나 대기전력 차단 등이 그 첫단추가 될 것이다.
훗날 역사는 앞으로 수년간 우리가 경험할 전력부족 상황을 우리나라가 에너지 다소비형 체제에서 벗어나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로의 진입을 준비하기 위한 사회경제적 전환을 꾀할 마지막 기회로 평가할지도 모른다. 선택과 행동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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