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정치 쓰나미, 충청권도 분열되나?

[논단]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정치권이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는 정도는 대지진과 정치 쓰나미를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이미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민심의 방향이 정치권에 대변혁과 정당의 혁신을 요구하면서 예고되었던 것이다. 거기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바람이 불면서 태풍으로 바뀔 조짐도 나타났다.

문제는 국민들이 정치권을 보는 시각이 바뀌고 변화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각 정당은 겉만 새로 단장하는 것에 그치는 무기력증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무력한 정치권의 대지진과 쓰나미를 자초하고 있다.

이제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정치권이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뒤늦은 각성이 대지진과 정치 쓰나미의 예고편으로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디도스 정당으로 불릴 한나라당은 이제 분열을 앞두고 있다. 당 대표가 사퇴하고 당 지도부가 와해되면서 재창당 수준의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실감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변화의 요구가 당내에서는 계파간의 갈등과 투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명분은 분명히 재창당 수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향후 총선과 대선을 앞둔 각 계파간의 기득권 싸움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결국 여당인 한나라당은 분열과 쪼개기를 위한 변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쓰나미를 피할 길은 없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이를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분열 조짐을 바라보고 있는 민주당의 사정도 다를 바가 없다. 야권통합을 전제로 민주당이 통합을 시도하고 있지만, 통합을 하려는 각 정당, 정파간의 이해관계는 통합이 아닌 분열과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민주당의 통합이 성사된다고 해도 과연 이런 통합이 국민이 원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야권통합의 결과를 우리 국민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야권통합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그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야권통합으로 정치권의 근본적인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요구를 담을 수 있을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결국 통합이라는 것이 계파, 정파간의 이해관계에 대한 조정 내지는 합의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예고되는 정치 쓰나미의 파고는 기존의 정치를 쓸어버릴 것으로 보여진다. 진보와 보수로 양분된 정치적 이념대립에 국민은 지쳐있다. 정치를 통한 희망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이제 그 한계를 넘어 정치에 대한 혐오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정치가 아닌 다른 곳에서 국민은 찾으려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기존의 정당이 국민에게 보여준 실망은 한국정치에 대한 미래를 더 이상 기존의 정당에 맡길 수 없다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 곧 불어 닥칠 정치 쓰나미는 그래서 꼭 부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기득권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정당도 선거만을 의식하고 정권의 쟁취에만 눈이 먼 정당도 더 이상 정치 쓰나미를 이겨낼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고, 이 정치 쓰나미를 통해 새로운 정당과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나타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닥칠 거대한 변화 앞에 충청권의 정치는 어떠한가? 아이러니 하게도 거대한 정치의 변화 앞에 충청권은 눈치 보기에 바쁘다. 늘 그래왔듯이 이번 변화에도 충청권은 제외되어 있다. 한 마디로 중앙정치권이 바라보는 충청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 일단 결정되면 충청은 그냥 따라온다는 안이한 생각이 충청을 소외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충청권 역시 지금의 정치권 변화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충청을 대표하는 자유선진당 역시 지금과 같은 정당의 모습으로 국민의 요구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충청이 정치권에서 중심세력이 되어 변화를 견인해 가야 하는 것이다. 더 이상의 정치적 소외를 허용해서도 안된다. 정치 쓰나미가 몰고 올 파고를 넘어 충청이 국가의 중심에서 변화를 유도하고 변혁을 통해 정치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그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눈치 보기를 빨리 접어야 한다. 그래야 긍정적인 변화를 통해 충청이 정치권에서 새롭게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