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순]처음과 끝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조은순]처음과 끝

[중도춘추]조은순 목원대 교직과 교수

  • 승인 2011-12-15 14:11
  • 신문게재 2011-12-16 20면
  • 조은순 목원대 교직과 교수조은순 목원대 교직과 교수
▲ 조은순 목원대 교직과 교수
▲ 조은순 목원대 교직과 교수
우리 모두에게 '처음'이란 말은 설레고 두근거리는 단어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엄마 뱃속 아이와의 첫 만남, 초등학교 입학식 첫날, 회사에 입사한 첫날, 나의 첫사랑 등 모든 사람들에게 처음의 기억과 추억은 아름다움 일색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우리는 처음 먹었던 그 마음을 잃고 살아간다. 또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다. 반대로 끝이 있으면 또 처음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만해 한용운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해마다 어김없이 1월의 첫날이 오고 또 12월의 마지막 날이 온다. 지금은 12월이다. 그리고 며칠 후면 12월 31일이 되고 다음날이 2012년 1월 1일이다.

자연의 섭리로 보면 처음과 끝은 서로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고 연결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뫼비우스의 띠를 한번 떠올려보자. 안과 밖이 섞여서 돌아가는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 같은 띠는 처음과 끝이 연결되어 있다. 조세희의 유명한 단편소설집 '난장이가 쏘아 올린 공'의 첫 번째 이야기는 '뫼비우스의 띠'로 시작한다. 재활용마크도 이 뫼비우스의 띠를 사용한 것이다. 우리의 삶은 돌고 돌아 시작과 끝이 서로 마주보고 있지 않을까?

중국의 유명한 역사학자이고 불교문학자인 지셴린의 병상잡기(病床雜記)라는 책은 '인생의 끝에서 시작을 돌아보다'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노학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이 책의 시작부분에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올해로 난 아흔 하고도 하나가 되었다. 지씨 가문의 족보를 다 뒤져도 아마 내 나이만큼 산 사람을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난 내가 늙었다는 사실을 조금도 느낄 수가 없다. 늙은 천리마처럼 몸은 이미 노쇠하여 울타리에 엎드려 있지만 그 뜻은 만 리를 내달리고 있다. 육신은 비록 이런저런 병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이 역시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이 나이 되도록 아무런 병도 없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갖가지 병을 몸에 지니고 있지만 목숨을 내놓아야 할 만큼 치명적인 병은 없다. 비록 귀가 조금 어둡고, 눈이 침침하기는 하지만, 머리만큼은 결코 녹슬지 않았다.'

해마다 이맘때면 한 해 동안 세웠던 계획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이전과 비슷한 새해 계획을 또 세운다. 생각 없이 행동하면 행동하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인간이라고 한다. 생각에 변화가 없으면 행동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어느 날 공자가 조카 공멸에게 물었다. “자네가 그 자리에서 일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 공멸은 자신이 느낀 대로 공자에게 말했다. “저는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잃은 것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일이 너무 많아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보수가 너무 적어 부모님과 친척들을 제대로 봉양하지 못하고 있고, 셋째는 일에 시달리느라 친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며칠 후 공자는 공멸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자천을 만나 똑같은 질문을 했다. 자천은 미소를 지으며 “저는 일하면서 잃은 것은 없고, 얻은 것만 세 가지 입니다. 첫째는 책을 통해 공부했던 이론을 행동으로 옮겨 지혜를 얻게 되었으며, 둘째는 월급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근검절약을 몸에 익힐 수 있었고, 셋째는 함께 일하는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세상사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반성과 다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탄과 원망은 새해를 설계할 때 또 다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새해 첫 날의 각오와 다짐이 새해의 마지막 날에도 이어져 아름다운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