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길식 서구 '찾아가는 기후학교' 강사 |
옛날 시골집에서는 수도가 없어 먼 곳의 우물에서 먹을 물을 길어 나르고 몹시 추운 겨울에도 시냇물까지 가야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쩌다 지하수 우물을 파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광경만 보아도 얼마나 신기하고 경이로웠던가. 그런 환경에서 산 것만으로도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충분했다.
그런데 이제는 농촌도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상수도 보급률이 향상돼 사람들은 전처럼 물이 귀한 줄 모른다. 더구나 삶의 질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의 눈높이도 바뀌었다.
도시의 물 문화를 살펴보면 아직도 예나 지금이나 물을 아껴 쓰고 물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는 듯 '물 쓰듯 한다'는 말을 실감케한다. 이런 의미에서 돈이나 자원을 낭비하거나 헤프게 쓰는 말을 일컫는 '물 쓰듯 한다'는 표현도 앞으로는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 아끼듯' 한다는 의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절박감에도 구태의연한 옛날방식에 젖어 개선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재로선 개탄스럽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UN이 정한 물 부족국가에 속한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물 소비량은 373ℓ로 선진국 국민보다 40% 이상 많이 소비하고 있다. 정말이지 물을 펑펑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음식물 찌꺼기와 수분을 줄이고 각종세제 사용량을 줄이며 기업에서는 오염원의 사용량과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나 시책을 내놔도 이를 잘 지키고 실천해야 하는 시민이나 기업들의 노력이 있을 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년 동안 인구 증가와 산업의 발달로 쓸 수 있는 물이 갈수록 줄어 수자원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연간 강우량의 70% 이상이 6월에서 9월 사이 우기에 집중돼 홍수와 가뭄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가운데 지구촌 곳곳에서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심화돼 수자원확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속도는 최근 40년 대비 4배가 빨라졌다. 세계적으로도 물 부족으로 귀중한 생명을 잃고 사막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1950년 이래 이미 19억㏊가 사막화 됐고 매년 580만㏊가 사막으로 변해간다고 한다.
이와 같은 추세에 물을 절약하고 수돗물의 누수율을 낮추는 등 물 수요관리와 지하수 등 대체 수자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도인들이 갠지스를 '어머니의 강'이라고 부르듯이 도시인에게 강과 하천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것이다.
대전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심을 유유히 흐르는 3대 하천이 있는 곳이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공생하는 친환경하천으로 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축복 받은 도시에 사는 시민의 자부심과 동시에 당국의 철저한 수질관리와 시민의 높은 환경의식이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 몸은 약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생명유지에 절대 필요한 기초대사의 역군인 세포는 90%가 물로 이루어져 있고 세포막을 넘나드는 것도 물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은 '자연이 준 고귀한 선물'이자 '걸어 다니는 물통', '물 마시는 소리는 건강의 소리'라는 말처럼 인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물 절약을 위해 샤워기와 양변기는 절수형으로 설치하고 양치질과 세수할 때는 물을 받아쓰는 생활의 지혜로움과 세탁은 모아서 한 번에 하는 우리의 생활자세가 필요하다. 물과 우리 생활은 불가분의 관계로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귀중한 생명줄인 물을 지키고 물 아껴 쓰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물은 곧 세상에서 하나뿐인 귀중한 생명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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