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그동안 ‘박찬호 특별법’을 제안하는 등 영입에 공을 들였고, 박찬호도 “고향 팀에서 뛰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점을 감안하면 입단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여 진다. 박찬호는 공주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공주에서 보낸 충청이 낳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다. 국민적인 야구 영웅이기도 하다. 1990년대 후반 국민들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강속구를 꽂아 넣는 그의 모습을 보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시련과 고통을 잊었다. 그가 힘차게 공을 뿌리는 모습을 TV를 통해서가 아닌 실제 눈앞에서 보게 됐으니 비록 야구팬이 아니라 해도 환영할 일이다.
물론 박찬호에게서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뛴 올해는 고작 7경기에 출전해 1승 5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가끔 호투하기도 했지만 성적이 들쭉날쭉했다. 나이도 벌써 40이 코앞이다. 하지만 한국 야구의 아이콘이었던 그가 야구팬들 특히 고향 팬들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어떤 성적을 내느냐는 차원을 넘어 큰 의미가 있다.
사실 우리는 박찬호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 그는 어느 한국인보다 유명한 민간 외교관이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메이저리그 후배들은 물론 한국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 여기에 더해 좌절을 겪을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감동의 투혼을 보여주었다. 허리 부상에 시달리며 ‘한물 간 선수’ 취급을 받을 때 보란 듯이 메이저리그 100승 위업을 달성했다. 영광과 눈물, 시련과 재활의 인생 드라마가 담긴 박찬호의 투구 하나하나가 우리 어린 세대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돼줄 것이라 믿는다.
박찬호는 “더 많이 노력해 내년 더 좋은 모습으로 뜻 깊은 시즌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꼭 그렇게 돼야 할 것이다. 박찬호의 강속구, 김태균의 홈런포. 한화의 경기가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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