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민(38·회사원)씨는 정치인들을 빗대 조롱하고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TV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주말이 즐겁기만 하다. 한 프로그램에서 유명인에 대해 직설적인 언어에 가까운 단어로 빗대는 모습이 속 시원하다는 게 우씨의 대답이다.
우씨는 “솔직히 비난을 하고 싶은 유명인들이 많지만 그들에 대해 직접적인 언어로 공격했다간 명예훼손이라도 적용될까 그냥 참는다”며 “하지만 이러한 속마음을 헤아려주듯이 풍자 쇼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 같아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풍자 열전시대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각종 TV 프로그램에서는 저마다 특색있는 콘텐츠를 통해 시대를 재해석할 뿐만 아니라 풍자콘서트 등도 열리면서 유명인에 대한 풍자가 전국민적인 공감을 사고 있다.
▲ 사회부조리를 빗대 표현하는 한 풍자쇼를 시민들이 시청하면서 공감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
또 한 케이블 방송에서는 미국의 풍자 쇼에 대한 판권을 수입해 영화감독의 연출과 함께 정통 풍자 쇼를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방송뿐만 아니라 이제는 전국을 돌면서 직접 국민과 호흡하는 일명 '나꼼수'와 같은 풍자콘서트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오히려 풍자 쇼에 유명인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공식석상에서 허용되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며 일종의 재미를 주기 위해 자신의 이미지를 내팽개치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사전적 의미를 볼 때 풍자는 주로 문학이나 연극에서 사회 또는 개인의 악덕·모순·어리석음·결점 따위를 비웃음, 조롱, 익살스러운 모방, 반어법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비난하거나 때로는 개선하기 위한 의도로 쓰는 예술 형식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풍자 쇼를 보면서 즐기는 데는 표현의 자유가 오히려 제한되는 현실이 방증 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풍자와 비난이 명예훼손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현대인들이 즐겨 찾는 새로운 소통의 창인 SNS(Social Network Service)에서의 비난과 풍자가 자칫 명예훼손이라는 법적 잣대로 해석될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지난 7일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가동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심의를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이미 인터넷 사이트에서 퍼 나르기 식의 정보 확산이 명예훼손이라는 그물망에 걸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의 자유로운 표현 수단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한 네티즌은 “SNS에 자유롭게 누군가의 얘기를 비판하고 그들에 대한 비난의 말을 쓸 경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항상 마음에 걸린다”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어떠한 얘기가 사람들을 통해 전달되는 것은 단순히 비판의 수준을 넘어 공감이 되기 때문”이라며 “풍자나 해악은 직접적으로 표출되는 것인데 이러한 내용이 회자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소통문화는 열렸지만 정치환경과 환경이 그에 맞게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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