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
그의 불출마 선언의 단초는 보좌관 비리다. 이 의원과의 연관성 여부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나 이면에 숨겨진 권력의 속성은 살펴 볼만하다. 이 의원 보좌관이 SLS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7억원 등 8억원을 받은 것은 이 의원의 연관성 여부에 관계없이 권력의 크기를 짐작하게 한다. 이 의원 보좌관과 비서들이 돈세탁 혐의까지 받고 있다니 검찰 수사를 지켜볼 일이다. 아무 대가없이 권력자에게 돈을 주는 일은 많지 않다. 돈의 크기는 권력의 크기와도 비례한다. 권력 실세의 보좌관이라는 명함만으로 서민들은 평생 만져 보지 못할 거액의 돈을 받았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의원의 지난 4년 위세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실세의 측근에 많은 돈이 전달됐다면 반드시 대가성이 따른다. 그것이 상식이다. 이 의원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失,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엉성해 보이지만 결코 빠져나가지 못한다)'이라는 말을 했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내가 잘못이 없으나 측근의 불찰로 물러난다는 말인지, 내가 잘못이 있어 물러난다는 말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노자는 이런 말을 했다. '위자패지 집자실지(爲者敗之 執者失之, 하려는 자는 반드시 패할 것이요 잡으려는 자는 반드시 놓칠 것이다)'. 허위와 작위를 경계하는 노자 철학의 요체다. 지지자들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번복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의원이 정치 무대에서 물러나는 것은 기정사실로 비쳐진다.
선거의 해, 2012년을 목전에 두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구식 의원 비서의 10·26 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과 이 의원 보좌관의 거액 수수로 재창당이라는 막판 승부수를 던져야 할 입장이다.
'영원한 대권주자'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원회를 맡는 구원투수가 됐다. 박 전 대표에게 전권이 쥐어져 내년 총선까지 이끌 지는 당내 계파간 이해가 엇갈린 문제지만 묘수는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난장판 전당대회' 끝에 시민통합당과의 야권통합을 의결했지만 의결 정족수 문제 등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잃어버린 정권' 5년을 찾기위한 시작은 통합이지만 갈길은 멀고 험하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뼈를 깎는 반성과 기득권의 포기 없이 쇄신은 불가능하다.
미국 역사학자 하워드 진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 중 공직에 나서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마틴 루터 킹, 간디, 아인슈타인 등이 그가 거론한 인물들이다. 공직에 취임하는 순간부터 부와 권력에서 비롯되는 모든 수단에 길들여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하워드 진의 해석이다. 공직의 길이 그토록 어렵고 험난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공직자없이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공직자들이 국민들의 뜻을 잘 받들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공직자를 심부름꾼이라는 의미의 공복(公僕)으로 불리는 이유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장·차관이나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나 공무원이나 국민의 심부름꾼인 공복일 뿐이다.
내년 4월 치러질 19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어제 시작됐다. 수많은 예비 선량들이 이제 유권자들을 만나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 국민의 진정한 공복이 되기위한 것이 아닌 부와 권력을 위해 나섰다면 가던 길을 멈추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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