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 |
이 전시 중 김철겸은 오프닝 이벤트를 보여주었다. 화판 중앙에 십자를 그어놓고 둥근 원을 점점 크게 해 놓은 사격 표적지와 같은 종이가 보인다. 가장 윗부분에는 1부터 100까지 써놓은 숫자가 중첩되어 있는데, 김철겸은 4~5m 되는 거리에서 송곳을 던져 숫자를 맞히면 보조 퍼포머들이 번호를 그래프에 표시해 탄착군을 기록해 놓는 행위였다. 김철겸은 이 작품의 내용에 대해 “사람은 노력에 의해 어느 한쪽으로 실력이 계속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에 대한 감각적 훈련의 유용함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김철겸 작가가 관객들 앞에서 오프닝이벤트로 화판에 송곳을 던지고 있다. |
“제 욕심 같아선 대전에서 가장 큰 빌딩 꼭대기에다가 큰 동아줄로 자동차를 묶은 후 공중에 띄우고 싶었어요. 자동차를 끈 없이 띄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겠어요? 보이지 않는 에너지밖에 없어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면서 또한 인정하는 에너지가 있는데, 그게 바로 자력이에요. 침도 그래요. 침도 에너지가 있는데 사람들이 안 믿으려고 하죠. 침으로 효력을 본 사람들은 믿거든요. 우리에게 전파가 있다는 사실은 알면서 보진 못하죠? 그래서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뭔가 봤더니 자력이더라고요. 그래서 작품 가운데 자석을 숨겼어요. 뒤로 안보이게요. 실에 매달려 있는 모든 끈이 가운데로 향해 붕 떠있는 거예요. 건들면 흔들리기도 하고, 이건 마술이에요. 실은 보이지 않는 힘이 당기는데 어떻게 해서 바늘이 거꾸로 서 있느냐 하는 거죠. 어쨌든 나는 기계과 출신이기 때문에 전기의 힘이라든가 자석의 힘을 이용해서 설치작품을 한 거죠. 건들면 떨어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신기한 반응을 보였죠.”
김영호의 작품은 강가에서 자갈을 주워 모아 대좌 위에 일정하게 배치하여 자갈의 크기 전체 중 3분의 2정도를 페인트로 일정하게 채색한 것이었다. 즉 자갈이 수면에 드러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에 작품 뒷부분 벽면에는 자갈과 눈높이가 맞는 수평선을 그어놓았다.
“대좌 위에 올려놓고 자갈에 채색된 부분과 연결되게 벽면에 수평선을 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는 덧없이 형성되었다가 덧없이 사라지는 자연의 현상을 시각언어로 전환시켜 보고자 했던 작품입니다. 일시적인 자연현상을 시각언어로 고착시켜보려 했다고 할까요.”
▲ '현대미술, 현장에서의 논리적 비전(VISION)'이라는 주제로 대전과 대구 작가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
“내(유병호) 기억으로는 대구 낙동강에서 현대미술을 하겠다 해서 대전에 있는 실험 작가들을 초대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나도 대전 78세대 멤버로 간 거죠. 이곳에는 대학을 갓 졸업한 작가들, 현역 작가들, 서울에 있는 팀들 하고 혼합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육근병 같은 경우 서울에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대구에 현대미술을 하고 있는 태동기의 멤버들이 했었던 것 같아요. 낙동강에 가서 여러 작가들 만나고 서로 많은 토론도 하고 했었는데, 이때만 해도 전국적으로 이벤트가 활성화되어 있었죠.”
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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