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A.G.로엠메르스 저 |
저자는 작가 생텍쥐페리가 『어린왕자』에서 구현했던 세계관과 인물 캐릭터와 플롯을 기반으로 원작에 걸맞은 후속편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시 지구에 나타난 어린왕자.
『어린왕자』와는 또 다른 경험을 하지만 그 안에는 『어린왕자』에서 깨달았던 인간적인 가치는 물론 정서적인 공감을 하게 만드는 메시지들이 가득하다. 『어린왕자』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새로 '어린왕자'를 만나는 이들에게는 색다른 호기심과 깨달음을 전해 준다.
이 책을 옮긴 인문학자 김경집은 『어린왕자』의 생텍쥐페리와 다른 듯 꽤 많이 닮았다. 비행기 조종사로서 역동적인 삶을 살아온 생텍쥐페리의 삶과 비교하자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지만 김경집에게서 발현되는 내면의 역동성은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가슴이 뜨끔하고 자신의 살아온 길이 부끄러워서 몇 번이나 작업을 멈춰야 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그냥 남의 나라 말을 우리말로 옮기는 게 아니라 그 마음을 담아 우리의 무뎌진 성정에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소박한 사명감을 느낀 것이다.
『어린왕자』가 많은 사람을 매혹시켰던 건 무엇보다 생텍쥐페리의 아름답고 뛰어난 문장 덕택이지만, 또 다른 점은 연이은 전쟁으로 피폐해져 버린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염증과 순수함에 대한 갈망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으면서 흘린 눈물은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그의 작품들의 일관적인 주제는 바로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물질의 탐닉보다 정신적 유대와 그 가치를 일깨워 준다. 어둠이 짙을수록 촛불의 존재가 더 또렷하게 드러나듯 절망과 탐욕에 휘둘려 신음하고 있을 때 그의 메시지는 큰 울림으로 퍼져 나갔다.
『어린왕자』는 적절한 비유와 상징으로 우리의 무뎌진 심장을 깨웠다. 그가 별로 돌아간 것을 못내 아쉬워하게 만들어 놓고 말이다. 그래서 떠난 그가 더욱 그리웠다. 그런 그가 돌아왔다. 그리고 여전히 닫혀 있는 우리의 마음을 활짝 열고 무뎌진 심장을 다시 부드럽게, 그러나 또렷하게 깨워 놓는다.
지식의숲/지은이 A.G.로엠메르스, 옮긴이 김경집/216쪽/1만20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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