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 전쟁아픔 찾아 나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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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 전쟁아픔 찾아 나선 여행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현장에 대한 기록

  • 승인 2011-12-13 14:15
  • 신문게재 2011-12-14 12면
  • 박은희 기자박은희 기자
▲ 미안해요! 베트남 /이규봉 저
▲ 미안해요! 베트남 /이규봉 저
한국은 베트남 전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한 1964년부터 1973년까지 8년에 걸쳐 국군을 파견한다. 자유 베트남을 돕겠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우리 군은 베트남에서 '민간인 학살'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는 한국전쟁을 전후해 일어난 제주 4ㆍ3 등의 사건을 통해 '민간인 학살'을 학습한 결과이며, 베트남에서의 학살은 다시 광주에서의 학살로 이어진다. 저자는 두 나라 민간인 학살의 기억을 떠올리며 하나의 연장 선상에서 성찰한 이번 책을 출간했다. 단순한 고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처를 보듬고 공존의 의미를 되짚어보기 위한 작업이다.

배재대 전산수학과 교수인 저자는 3년 준비 기간 끝에 2010년 1월 20일. 하노이에서 호찌민을 종단하는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우리 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을 알리고 그 미안함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베트남 종단은 2월 8일까지 16일간 이어져 매일 평균 112㎞씩 총 1798㎞를 달렸다.

저자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활동하던 중 일제강점기 군 위안부 문제를 불러일으킨 주체가 한국이라기보다는 일본 시민단체였고, 그들의 노력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어내어 공론화하기까지 우리 자신보다 오히려 가해자 측인 일본 시민단체의 역할이 더 컸음을 알고는 놀랍고 부끄러웠다고 한다. 그 일을 계기로 저자는 베트남을 떠올렸다.

이 책은 저자의 베트남 기행을 비롯해 베트남의 역사와 베트남 전쟁, 우리 군이 참전한 전투, 민간인 학살 관련 기록 및 증언 등으로 구성됐다. 제1장에서는 왜 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 자전거로 종단했는지 그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해를 돕기 위해 베트남의 지리와 역사를 역술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하노이에서 후에까지의 기행문과 베트남 전쟁에 관련된 사실을 기술하고, 제3장에서는 후에에서 냐 짱까지의 기행문과 베트남 전쟁 중에 일어난 민간인 학살을, 제4장에서는 냐 짱에서 호찌민까지의 기행문와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다루고 있다. 제5장에서는 베트남과 우리나라 민간인 학살의 공통점을 살피고, 민간인 학살을 밝힌 시민단체의 노력과 베트남을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을 대별하고 있다.

푸른역사/지은이 이규봉/352쪽/1만7000원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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