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장 |
전쟁은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 조짐이 있게 마련이다. 고려시대 말엽부터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까지 수백 차례 왜구의 침입이 있었으며, 오랜 내전을 끝내고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명가도(征明假道)라 하여 침략의 야욕을 드러냈는데도 서인인 황윤길은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였으나 동인인 김성일은 전쟁의 기미가 없다고 오판하기까지 했다. 조정(朝廷)과 김성일의 현실을 외면한 판단과 철저한 대처를 하지 못한 잘못 때문에 나라의 존립까지 위협을 받고 무고한 백성들이 커다란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서는 변명할 여지가 없는 과오다.
누군가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하였던가.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한·미 FTA 비준 과정을 보면서 이러한 과오가 되풀이 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마치 서인 황윤길과 동인 김성일로 나누어진 조선조정을 보는 것 같다. 서로 여(與)와 야(野)일 때의 입장이 천지차이가 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순이고 궤변이다. 정책대결이 아니고 정쟁대결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이렇듯 정쟁만 일삼다 힘없고 불쌍한 백성들만 얄궂은 피해를 입게 된다면, 김성일이 왜란 중에 목숨을 바친 것처럼 그렇게 나가 죽을 자신들이나 있는 것인가?
지금은 무한경쟁의 치열한 시대다. 이러한 시대에서 우리가 살아남고 성장 할 수 있는 바탕은 다른 이보다 먼저 기회를 포착하고 선점하여 세상과의 자유로운 교역을 하는 것이다. 이는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거니와 피하려 해서도 안 되는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라 할 수 있다.
맹자는 “스스로 망하게 한 뒤에야 다른 사람들이 망하게 한다”고 했다. 또한 강한 나라들에 둘러싸여 두려워하는 등문공(?文公)에게 “못을 파고 성을 쌓아 백성과 함께 목숨을 바치더라도 백성들이 떠나가지 않는다면 이는 해볼 만합니다”하면서 작은 나라일지라도 큰 나라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결코 만만하지 않은 나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미국과 FTA를 실행하려는 지금 모든 것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들고, 손해 없는 이익만을 얻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불리와 손해만을 생각하고 막연한 두려움으로 우리끼리 편을 나누어 다툼을 하는 것은 안 된다. 그것은 시작도 해보기도 전에 우리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 된다. 이제는 다툼을 그치고 못을 파고 성을 쌓듯 든든히 방비를 하면서 위정자와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 열심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앞으로의 계획과 실행에 대하여 치밀하게 따지고 분석하고 실천하는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임진왜란을 앞두고 그 가능성에 대하여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았기에 처참한 참화를 겪었고, 그 뒤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기에 삼 십여 년이 지난 뒤 병자호란으로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으며 끝내는 일제치하의 어두운 역사가 있었던 것을 잊지 말자. 미래에 대한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말고 우리 것으로 만들어보자. FTA로 인하여 소외되고 무너지는 부분들을 살피고 보완하여 이마저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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