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종]특수한 한 해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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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종]특수한 한 해의 상념

[교육단상]이근종 아산성심학교 교장

  • 승인 2011-12-12 21:56
  • 신문게재 2011-12-14 20면
  • 이근종 아산성심학교 교장이근종 아산성심학교 교장
▲ 이근종 아산성심학교 교장
▲ 이근종 아산성심학교 교장
지난 3월 아산성심학교에 부임한 첫날을 잊을 수 없다. 선장면을 굽이굽이 돌아 들어서니 겨울의 끝자락을 움켜쥔 허허로운 벌판에 동화속의 예쁜 집처럼 학교가 오도카니 앉아있었다. 다른 학교에서 보았던 아이들과는 좀 다르지만 해맑은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맞아주던 아이들이 있었다.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나 한 장의 달력만을 남겨 놓았다. 아이들의 웃음으로 설레는 한해를 시작하며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학부모들의 지친 어깨와 선생님들의 끝없는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원초적인 고민을 하며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를 꿈꾸었다.

그러나 영화 '도가니'의 상영으로 장애학생들이 당당하고 보람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홀로서기를 가르치는 특수교사와 교육공동체 모든 분들의 사기저하가 우려되어 무척 씁쓸한 마음 또한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해를 돌이켜보면, 모두가 합심해 함께 뛰었기에 편안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이 되었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행복한 한 해가 될 수 있었음에 아산성심학교 교육공동체에 감사드린다.

우연한 기회에 아산성심학교와 인연을 맺고 1년 동안 학교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 동안 막연하게만 느껴왔던 특수학교 운영의 어려움과 정신지체학생들이 가진 다양한 장애의 특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자녀 교육을 위해 애쓰는 부모님들, 가르치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장애학생들에게 열 번, 스무 번 반복하며 어떻게든 가르쳐 주려는 강한 의지와 노력을 보여주고 있는 교사들의 모습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배웠고, 인내하는 사랑을 배웠고, 희망을 품고 사는 인생을 배웠다. 또한 교육활동과 그 성과에서 학력이 높고 낮고, 장애가 있고 없고를 떠나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하고, 그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한 투철한 의지와 꾸준한 노력이 있으면 언젠가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의 정상에서 성취와 보람을 가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전교생과 함께 무궁화 동산 가꾸기, 텃밭일구기, 현장체험학습, 수련활동, 봉사활동, 경로효친을 생활화하는 마을경로당 방문, 방과후학교를 실시했다.

전국학생체육대회에서 역도부와 탁구 선수들이 금2, 은7, 동3개의 메달 수상, 공주에서 개최한 충남장애인체육대회에서 역도부와 축구부 선수들이 금5, 은4, 동4개의 메달 획득, 제3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역도 부문 동메달 2개를 획득하는 등 장애인체육대회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직업교육을 위한 중부권장애인기능경진대회에서 십자수부문 은메달과 장려상 3개 수상, 전국장애학생기능경진대회 세차부문 대상 수상, 충남장애학생직업교육 박람회에서의 작품전시와 학교제품 판매활동, 사랑나눔 봉사단의 봉사활동 전개 등 실로 어려운 장애를 극복하고 모든 교육활동 분야에서 실력을 향상시키고 바른 품성을 함양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참여했다. 이를 통해 자립을 위한 다양한 교육성과를 거두었다. 이런 큰 성과를 거두기 위해 모든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교육공동체 모두가 각각의 역할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노력해왔다.

장애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는 교사들을 옆에서 지켜봐 왔기에 도가니 사건으로 인해 특수교육 교사들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에 대해 우려된다. 하지만 썩은 부분은 과감히 도려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인내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1년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에 새 희망을 위해 내일을 준비하고자 한다. 장애란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장애란 없는 것이라 믿기에 특수교육 공동체 모두가 새로운 다짐으로 일신우일신하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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