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교복세대에게는 입학할 때 최대한 크게 맞춘 교복의 소매를 안으로 몇 번이나 접어 넣고 꿰매 입었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 70년대 교복세대와는 분명 다른 요즘 학생들은 날씬해 보인다는 교복, 다리가 길어 보인다는 유명 브랜드의 교복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의 이런 교복문화를 새롭게 바꾸고자 중소교복업자들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든 이가 있다.
“저는 교복도 교육기자재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교육적인 목적으로 만들고, 또 판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교복시장이 너무 경제논리만을 따라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 교복 공동구매 사이트를 통해서 20~30% 저렴한 교복을 공급할 예정이라는 최태일 대표. 대전, 충남 중소 교복업자들의 고령화로 기술이 사장되는 것도 아쉬웠고 비뚤어진 교복문화도 바로잡고 싶었다면서 학생복사업협동조합의 교복을 입으면 학교에 기부도 할 수 있고, 취약계층도 도울 수 있다는 데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한다. |
교복이 부활했던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중·고등학교 앞에는 교복을 직접 만들어 파는 영세교복업자들이 많았다는 최 대표. 당시 최 대표도 교복을 만들기 위해 일일이 학생의 집을 찾아 다니며 치수를 쟀던 교복업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대형 교복업체들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학교 앞 중소교복업자들은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갔고, 최 대표 역시 힘겹게 사업을 이어가야 했다고. 하지만 교복을 만드는 일을 단순한 돈벌이로 생각하지 않았던 최 대표는 누구보다 정직하게, 누구보다 성실하게 교복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저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저를 비롯한 영세업자들은 자금력이나 마케팅 능력에 한계가 있거든요. 저도 끝내 5억원 가까이 되는 교복을 창고에 쌓아두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지요. 그러다가 3년 전 우연히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최 대표는 교복에 대한 자신의 철학, 교복사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펼 수 있는 방법은 사회적 기업임을 깨닫고 그 때부터 지역의 중소교복업자들을 모아 협동조합 만들기를 꾀했다.
사비를 들여 가양동에 공장을 마련하고 인터넷 공동구매를 통한 교복 판매와 판매 이익금의 사회환원을 지역 교복업자들에게 꾸준히 설명하고 노력한 결과, 11명의 교복업자들이 최 대표와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
대전충남 학생복사업협동조합을 만든 최 대표는 5명의 취약계층을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를 하게 되면서 지난 8월 대전시 예비 사회적 기업에 선정됐다. 예비 사회적 기업 선정 이후 자신을 비롯한 조합원과 공장 직원들 모두가 더 열성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하는 최 대표.
“이달 안으로 교복 공동구매 사이트도 오픈할 예정인데, 저희 사이트서 교복을 구입하면 자신의 학교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게 되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교복은 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교복 판매 수익금의 3분의1은 학교에 기부한다든지, 취약계층 자녀 돕기나 일자리 창출로 환원할 겁니다.”
내년에는 조합의 교복 공동 브랜드도 런칭할 것이라며 교복값 거품을 없애고 건전한 교복문화를 만드는 데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는 최 대표, 자신의 결심을 다지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대전충남 학생복사업협동조합 최태일 대표는?
대전지역의 중소 학생복사업자들과 함께 교복의 공동생산과 판매, 이익금의 사회 환원 등을 목표로 한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데 뜻을 모으고 2009년 9월 11명의 조합원을 중심으로 대전충남 학생복사업협동조합을 출범시켰다.
올 8월 대전시 예비 사회적 기업에 선정, 올해 안에 공동구매 사이트 오픈을 앞두고 있고, 내년에 공동 브랜드 ‘프로보노(probono)’ 런칭도 계획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디자인으로 교복 소비문화를 바꾸고, 지역 물가 안정에 기여하며 사회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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