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남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도센터장 |
그러나 위치정보가 어떤 방법으로 생성되고, 이를 위해서 원자시계에 기초한 시간 표준이 사용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기계든 동물이든 살아 움직이는 것은 시계 하나쯤은 내장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 폰이나 PC와 같은 디지털 기기는 물론이고 자동차나 세탁기 같은 기계도 연속 제어를 위해 시계가 내장된다.
우리 인간도 심장 박동이라는 기본 진동에 따라 생체 활동이 이루어진다. 갈릴레오가 피사 성당 샹들리에의 흔들림이 일정한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맥을 짚었다는 일화가 있다. 1초당 발생하는 규칙적인 진동의 횟수를 주파수라 하며 주파수가 일정한 자연현상은 그 진동이 기계적이든 전기적이든 시계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 진자의 운동과 같은 역학적 진동은 물론 수정진동자에서 전기 진동도 그 주기가 매우 안정적이다.
아이를 그네에 태워 밀어줄 때 그네의 자연스러운 흔들림에 맞춰서 밀어주지 않으면, 즉, 그네라는 진자를 공진 시키지 않으면 아이를 만족시킬 만큼 큰 폭의 흔들림을 얻을 수 없다. 진자의 공진 주파수는 진자 길이와 중력가속도에 의해서 결정되며, 공진이 발생하도록 여러 주파수로 밀어주기를 시도하며 공진을 찾아가는 과정을 주파수 고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시계는 특정한 공진주파수를 갖는 물리 현상과 이 주파수로 진동수를 가변할 수 있는 진동자가 있어야 구현이 가능하다. 공진주파수가 높고 공진이 발생하는 주파수 대역폭이 좁은 현상일수록 높은 정확도의 시계를 구현할 수 있다. 현재까지 이런 조건을 가장 잘 만족하는 것이 원자의 쌍극자 진동을 이용한 원자시계다. 현재 국제단위계에서 세슘 원자의 특정 바닥상태에 있는 두 개의 특정 초미세 에너지준위의 주파수 차이를 9,192,631,770 Hz로 정의하고 그 역수를 통해 시간의 기본 단위인 초(기호 s)를 정의하고 있다. 현재 중궤도를 돌고 있는 24개 이상의 인공위성에 이와 같은 원자시계가 실려 있어서 GPS를 구성하고 있다.
각 위성은 자신의 현재 위치와 시간 정보를 빛의 속도로 전송하기 때문에 최소한 4개 이상의 위성 신호를 GPS 수신기로 동시 수신해 분석해야 수신 지점의 위치(x, y, z)와 시간(t)을 결정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수신기와 지도를 조합해 운전, 자전거 여행, 등산 중 이동한 경로를 보여주고 길찾기와 다른 위치에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많은 앱이 나와 있다.
스마트폰을 위한 GPS 응용 앱이 애플 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에 난무하기 때문에 항법위성의 사용이 처음부터 자유스러웠던 것으로 오해할지 모른다. 우리가 누리는 이런 편리함 이면에 우리 국민의 가슴 아픈 사연이 서려 있다. 1983년 269명의 승객을 태운 대한항공 007편이 전통적인 항공항법장치의 고장으로 러시아 사할린 근방 비행금지구역을 비행하다 러시아 전투기의 공격을 받고 추락했다. 이 사건은 이 후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훈령을 통해 인류의 공동 선을 위한 항법위성의 민간 허용을 발의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시간 표준에 기초한 생체 신호 측정 앱을 하나 소개하려 한다.
심박은 분당 횟수로 표현되는 인체 측정량이다. 인체의 시계라 할 수 있는 심장의 박동수는 자동차 엔진의 회전수와 같은 개념이다. 심박계를 착용하고 편안한 자세에서부터 운동 강도를 높여감에 따라 자율신경계가 보여주는 심박 조절 능력은 경이롭기만 하다. 아이폰 내장 카메라와 플래시를 사용해 손가락 모세혈관 내 혈류에 따른 색깔 변화를 연속 촬영하여 심박을 결정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앱이 있다. 검지 손가락 끝을 카메라 렌즈에 접촉하면 측정되는 심박수가 심전도계 수준의 정확도를 갖는 손목시계형 심박계의 측정결과와 일치한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는 다양한 과학적 원리가 담겨 있다. 생활 속 숨은 과학 찾기, 작은 관심이 있다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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