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교차로' 이스탄불 지중해의 역사가 되다

'문명의 교차로' 이스탄불 지중해의 역사가 되다

성소피아성당 높이 56m 불구 기둥 없어… 532년 당시 건축기술 감탄 토카프ㆍ돌마바흐체 궁전 등 아름다운 문화유산 세계관광수입 1위

  • 승인 2011-12-12 14:15
  • 신문게재 2011-12-13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한성일 기자의 성지순례 탐방기-그리스·터키를 찾아서] - 이스탄불(5)


한국가톨릭성지순례단(단장 김정수 바르나바 천안신부동성당 주임신부)은 성지순례 11일째와 12일째인 6월 2일과 3일 터키의 이스탄불을 순례하면서 현지인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터키와 이스탄불에 얽힌 역사의 편린들을 지면에 담아본다.

▲이스탄불 이야기-터키의 국내 공항은 카이세르 공항이다. 카파도키아에서 이스탄불로 이동할 때 카이세르 공항을 이용하게 된다.

이스탄불은 비잔틴 제국시대에 콘스탄티노플로 불리다가 오스만투르크가 통치하게 되면서 이스탄불로 수도 이름이 바뀌었다. 오스만투르크는 동양의 돌궐족으로 이뤄진 제국이다.

1453년은 그리스도권 국가가 이슬람교로 바뀌게 되는 상징적인 해였다.

이스탄불은 동서양 문화를 함께 갖고 있는 도시로, 동양과 서양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전 세계 유일의 특별광역시다. 이스탄불 인구는 약 1300만명으로 면적은 서울보다 1.5배 크다. 해발고도 1054m 높이에 위치한 이스탄불은 고대시대에는 작은 어촌도시였고, 아테네에서 60㎞ 떨어진 레가라는 도시국가였다. 아테네, 스파르나, 마케도니아, 테베 등 도시국가 31개가 모여 그리스를 형성했는데 헬라, 로마가 점령하면서 땅덩어리 이름을 그리스라 했다. 레가라 왕족의 비자스 왕자는 눈 먼 사람들이 사는 반대편에 집을 지으라는 신탁을 받았다.

이에 비자스 왕자는 신탁에 맞는 도시를 찾기 위해 이 곳 이스탄불에 왔다. 이스탄불은 지정학적으로 훌륭한 도시이고 비자스가 만든 도시를 비잔티움이라 했다. 각자 분리된 도시국가들을 다 통일한 사람이 콘스탄티누스 대제였다. 313년 로마가 통일됐고 밀라노칙령이 발효되면서부터 그리스도 종교가 인정을 받았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그리스도인이었고 312년 막스미디어 전투에서 십자가 깃발이 주어지는 꿈이 너무 생생해 그리스도교에 관용을 베풀게 됐다고 전해진다.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로마가 이미 한 나라 수도로서의 위상이 떨어졌고, 다신교가 싫다는 이유로 비트니아 전투에서 이긴 후 로마의 수도를 이스탄불로 옮겼다. 비잔티움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도시로 콘스탄티노플로 불렸다. 비잔틴제국시대는 1100년을 이어오다 1368년 오스만제국에 의해 동로마제국이 멸망했다. 이후 오스만투르크족의 임금을 뜻하는 술탄 왕이 등극했다. 술탄왕은 콘스탄티노플을 멸망시키고 가장 큰 공기대포와 삼중 성박을 만들었다. 술탄 레옴 2세가 비잔틴제국을 멸망시켰고, 수도 이스탄불에는 현재 이슬람인들이 대부분이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와 성소피아 성당 이야기-이스탄불 시내의 성 소피아성당은 532년부터 537년까지 5년 7개월만에 비잔틴제국시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지어진 건축물이다. 성 소피아성당이 지어진 유래는 다음과 같다.

▲ 소피아 성당 성화
▲ 소피아 성당 성화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전차 경주장에서 만난 천민 출신 딸을 왕후로 맞았다. 이에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조카는 창녀를 황후로 부르기 싫다며 반란을 일으켜 당시 성당이 전소됐다. 이에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3만명을 학살하고 반란을 평정했다. 그당시 금색과 자색은 황실만 사용했는데 황후 테오도라는 자색 수의를 입고 죽고 싶다며 왕의 학살 행위를 슬퍼했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자신으로 인해 성당이 전소되자 평생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성당을 짓겠다고 장담하고 모든 금은 보화와 건축자재들을 다 사용했다. 성당을 짓기 위해 건축사와 기술사 100명, 인부 1만명이 동원됐다. 이렇게 탄생한 성당이 바로 성소피아 성당이다.

비잔틴시대 건축양식에는 모자이크가 있다. 성 소피아 성당은 바실리카 양식으로, 색깔 있는 대리석 넉 장으로 연결돼 있다. 쇠톱을 이용해 대리석 크기를 맞추었고 기둥 대신 벽이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성 소피아 성당은 56m로 15층 아파트 높이다. 기둥을 하나 없애려면 무너질 위험이 있는데 기둥이 하나도 없다는 게 신비롭다. 대리석 바닥도 무늬가 다 맞춰져 있는데 수학으로 힘의 분배를 해냈다고 한다. 성 소피아성당의 초록색 기둥은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12시간 거리의 에페소에서 가져온 것이다.

터키어 '옴파로스'는 '지구의 배꼽'이란 뜻이다. 세계의 바다중 지중해와 흑해밖에 없을 때 지구의 중심에서 가운데는 예수, 나머지는 열두제자였다, 성당의 대리석 기둥에 새겨진 예수님의 눈동자는 온화하지만 근엄해 보인다. 예수님의 모습을 성모님이 애잔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4차 십자군 전쟁 때 기독교인은 서방교회와 동방교회로 나눠졌는데 이슬람인보다 더 창녀들과 음행을 벌였고 성물을 떼어 전쟁터로 향했다. 성 소피아 성당을 완공하고 감사 미사를 봉헌하던 유스티니아누스는 궁전 모습이 너무나도 근사하다는 생각에 예루살렘 성전을 지은 솔로몬을 향해 '솔로몬이여, 내가 당신을 이겼습니다'라며 환성을 질렀다고 한다.

성 소피아성당은 성경에 겨자씨만한 믿음만 있어도 산을 옮긴다고 한것처럼 주님을 사랑하는 열정으로 못할게 없음을 보여주는 믿음의 산실이다. 이 당시 그리스도교인들은 지하에 숨어서 살면서도 예배를 드렸는데 먹는 것도 풍족하지 않았고 화장실은 암모니아 가스 냄새로 가득 찼다. 오물은 요강단지에 모아 올려놓고 말렸다가 싸서 버리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리스도 선조들의 피와 땀과 노력으로 신앙을 굳건히 지켜나갔다.

신앙을 지킨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1100년 후에 성소피아성당 맞은편에 블루모스크가 지어졌는데 성소피아성당보다 규모가 작다.

성 소피아성당은 기둥도 없는데 532년 당시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비해 건축기술이 얼마만큼 앞서갔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성당 1층은 모자이크로 돼 있어 이 성당을 짓는데 들인 공을 짐작할 수 있다. 비잔틴 제국이 모두 이슬람으로 바뀌었을 때 많은 오스만제국 병사들이 성소피아성당에 보물을 가지러 왔다.

오스만의 술탄 미음 2세 덕분에 성 소피아성당이 남아있게 됐다고 하는데 성 소피아는 알라가 준 선물이라고 일컬어진다. 성 소피아는 이슬람 사원이 됐다가 1923년에 터키민주공화국이 되면서 현재는 건물 자체가 박물관이 됐다.

▲아시아 하이웨이-아시아 하이웨이는 한국, 일본, 중국, 인도, 터키를 말한다. 인천공항에서 출발, 일본에서 현해탄을 건너 중국 북경을 넘어 중앙아시아로 가는 아시아 하이웨이를 눈여겨보게 된다.

마르마라해에서 남쪽으로 가면, 유럽에서 아시아로 가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유럽이 나뉜다. 구 도시는 옛날 유적들이 많았던 도시이고 다리 하나 건너면 신도시다.

▲성마리아 성당-신도시 '페라'는 '터키의 명동'으로 불리는 도시로 건물에 조각이 많고, 건물 사이에 골목도 없다. 6월 2일 성지순례단은 이스탄불의 성마리아성당에서 미사봉헌하면서 1700년대 만들어진 성경과 1200년대 제작된 성 마리아 이콘을 감상했다. 술탄 마호멧이 이슬람을 점령하고 나섰을 때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교회와 수도회가 생겼다. 순례객들이 성마리아성당을 방문했을때 프란치스코의 작은 형제회가 성당을 관리하고 있었다. 성 마리아 성당에서는 영어미사만 드려오다가 이제 한국 신부의 강론도 시작했다.

이스탄불에 오면 종교 일치를 요청한다.

한 나라만을 위한 미사는 못 드리기 때문에 프랑스어, 라틴어, 이탈리아어로 미사를 드리고 있다. 이 곳은 이스탄불 주교가 한인공동체를 허락해 교적상 한국인 성도 100명이 등록돼 있다.

1527년에 지어진 성 마리아성당에서는 기적의 성모님상을 만날 수 있다.

▲ 돌마바흐체 궁전 정원
▲ 돌마바흐체 궁전 정원
▲터키는 전 세계 관광수입 1위 국가-탁심 광장이 있는 이스탄불은 토카프궁전이나 돌마바흐체 궁전 등 아름다운 문화유산들 덕분에 전 세계 관광수입 1위를 올리는 곳이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터키를 찾아와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터키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터키의 택시들은 노란색이고 관광버스는 흰색이다. 밝은 색상의 차들이 파란 바다 앞을 지나는 풍경이 꽤나 아름답다. 이슬람 사원은 손발을 다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다 씻고 들어가 기도해야 한다. 보스포러스대교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대교다. 이곳에서 크루즈로 두시간 가량 바다를 건너면서 바라보는 경치들이 일품이다. 보스포러스 대교에 이르기까지 바다 건너편에 있는 돌마바흐체 궁전과 비잔틴 양식의 이슬람 사원들 모습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는 추리소설 '오리엔탈 특급살인사건'을 이 곳 보스포러스 대교를 지나는 호텔에서 집필했다.

▲요한 크리스토스 토모 대주교 이야기-요한 크리스토스 토모 대주교는 황제 에오독시아가 사치와 낭비와 음행을 일삼아 백성들의 말이 많아지고 있다며 황제를 심하게 비판했다. 이에 황제와 황후가 격분해 요한 크리스토스 토모 대주교를 추방시키자 많은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토모 대주교는 신도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은 성직자였다.

▲토카프 궁전 이야기-이스탄불 시내에 있는 토카프 궁전은 예니체리 정원과 3개의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3개의 바다는 마르마라해, 보스포러스 해협, 신도시와 구도시를 나누는 골드혼 등이다.

▲ 토카프 궁전
▲ 토카프 궁전
토카프 궁전은 3개의 문, 4개의 정원에 78만평방㎞의 면적을 갖고 있다. 정원 오른쪽에서는 1만명분의 식사를 준비했고, 일하는 사람만도 5000명이었다. 뾰족탑은 왕 가족이 살던 곳으로 '하림'이라 불렸다. 이곳은 왕의 여자 1000명이 살았는데 동양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곳 하림의 감시탑은 오스만이 점령 후 왕의 여자로 쓰기 위해 전국에서 소녀들을 데리고 오면서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탑이었다. 이 당시 모든 행사는 정원에서 이뤄졌는데 돔과 디반은 회의 장소였다.

토카프궁전에는 의복 전시관과 보석 전시관이 있는데 이중 보석전시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보석들이 모두 모여 있는 듯 눈이 부시게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참으로 화려해서 눈을 뗄레야 뗄 수 없게 만든다. 보석전시관의 스푼 다이아몬드는 의상박물관에 있다. 스푼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은 어느 농부가 숟가락 세 개와 바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황금단검은 세계에서 7번째로 큰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성물관에서는 모세의 지팡이를 만나볼 수 있다. 유리상자안에 나무막대기가 하나 남겨져 있는데 이게 바로 모세의 지팡이라고 한다. 1299년 오스만제국의 침공으로 셀주크 트루크족이 세력을 잃었다. 오스만 투르크가 부두에서 주변국과 전쟁을 벌였고, 1326년 터키땅 전체가 그리스, 불가리아, 유고슬라비아와 전쟁을 치렀다. 1699년에는 중동, 사우디 아라비아와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를 점령했다. 이 당시만 해도 오스만 제국은 세계를 제패하는 막강한 국가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오스만 제국 전성기때의 유물과 유적과 보석들은 토카프 궁전과 돌마바흐체 궁전을 통해 볼수 있는데 이 당시 왕들이 얼마나 화려한 초호화판 생활을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김정수 신부 강론-김정수 신부는 성마리아성당에서 순례객들에게 강론을 전하면서 “바오로가 국제도시 고린토에서 바킬라의 천막 일을 도우면서 선교했고 고린토 교회를 위해 기도했다”며 “바오로가 2차 선교여행 중 고린토에서 말씀하신대로 여러 종교가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바오로는 선교하다가 유태인들에게 박해 받았다”며 “이웃이나 다른 사람에게 주님을 전하다가 모욕을 당하거나 시비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주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과감하게 전하라”며 “그 사람들에게 화내지 말고 주님의 도리를 전하라”고 권했다. 또 “이 지역에서 많은 이슬람인들이 프란치스코의 작은 형제회처럼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씨앗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전했다.

터키 이스탄불=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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