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불씨가 점화됐지만, 주유소와 유흥업소는 물론, 의약단체와 대기업까지 수수료 인하 요구에 편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카드업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중소 자영업자로부터 시작된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가 주유소와 유흥업소, 마사지, 안경점에 이어 의약단체와 현대·기아자동차 등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소 자영업자를 위해 논의가 시작됐지만, 현재는 국내 거의 모든 업체들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애초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는 얘기다.
수수료 인하 논의의 시발점은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분담하자는 것이었다. 이 사안은 사회적 여론으로 확산되면서, 결국 지난 10일 카드사들이 연 카드 매출 2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업종에 관계없이 수수료율을 1.8%로 낮추게 했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대형 가맹점 업주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먼저, 전국 주유소 업주들이 나섰고, 이어 유흥업소와 마사지, 안경점, 귀금속 업주 등은 동맹 휴업을 통해 수수료 인하를 촉구했다.
의·약 단체들까지 신용카드 수수료가 최고 3.33%에 달한다며 이달 중 수수료율을 얼마나 인하할 수 있는지 카드사에 요청했다.
수수료 인하 분위기가 계속되자, 결국 대기업 현대·기아차까지 가세했다.
연간 카드 결제금액이 11조원에 달하는 현대·기아차는 중소가맹점보다 낮은 1.75% 수수료율을 내고 있지만, 이를 1.7%로 깎는 데 성공했다.
현대·기아차의 성공(?)은 타 자동차 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고, 자동차업종의 영향으로 전자업계까지 수수료 인하 논의가 전방위로 퍼지는 상황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카드 회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중소 자영업자들에 대한 수수료 인하 조치로, 카드사들은 체크카드 부가서비스와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를 줄이거나, 폐지하기로 했다. 대형 가맹점과 대기업까지 이 같은 분위기를 틈타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면서 카드 고객의 부담은 커지는 반면, 혜택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당초 취지와 달리,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집단이기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며 “대기업까지 가세하면서 또다시 서민과 중소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지게 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