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휘청이는 연말

▲ 현옥란 편집팀 차장

송년회 시즌이 돌아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과음으로 몸고생 마음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송년회'하면 여전히 '먹고 마시기'가 대세여서 자의반 타의반 술을 마셔야 하는 탓이다. 그러나 이런 음주가무형 송년회를 바라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포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69.9%가 '음주 송년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답한 것만 봐도 그렇다. 21.5%는 '어쩔 수 없다'였고, '좋다'는 대답은 8.6%에 불과했다. 열에 아홉은 억지로 끌려가는 셈이다. 이런 연말 송년회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도 57.9%나 됐으며, 그 이유로 지나치게 술을 마시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0.9%에 달했다. 이렇듯 해마다 연말만 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송년회가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최근에는 가족과 개인생활을 중시하는 신세대 직장인들이 늘면서 '술판' 대신 공연관람이나 스크린골프·파티 등의 신풍속도가 확산 추세지만, 아직까지도 '부어라 마셔라'하는 '음주 송년회'가 여전히 연말을 휘청이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송년회때 과음으로 인한 건강의 문제도 걱정이지만, 그중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음주운전이다. 얼마전 경찰이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한다고 발표하긴 했지만, 그 내용을 보면 획기적인 수준의 변화가 아닌 이전의 처벌수준을 세분화한 것에 불과해 그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해외의 경우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음주운전 처벌 규정들이 적지 않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운전자는 물론 운전자에게 주류를 제공하거나 권한 사람도 벌금형에 처하고, 미국은 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음주운전을 무기를 소지한 살인과 동일하게 취급할 만큼 무겁게 처벌한다. 말레이시아는 곧바로 감옥행이다. 기혼자인 경우 아무 잘못이 없는 부인을 함께 수감, 이튿날 훈방한다. 부인의 바가지가 음주운전을 그만두게 할 수 있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터키는 음주운전자가 적발되면 즉시 순찰차에 태워 시 외곽 30㎞ 지점으로 태우고 나가 내려 준 뒤 걸어서 귀가하도록 하고 경찰이 자전거를 타고 감시하며 함께 온다. 불가리아의 경우 초범은 훈방 조치에 그치지만 재범자는 교수형에 처하고, 엘살바도르는 음주운전자에 대해 총살형에 처하는 등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세계적으로 음주운전이 심각한 사회적 범죄임을 새삼 알 수 있다.

이렇듯 해외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처벌 규정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그러다 보니 습관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마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음주운전은 자신은 물론 타인의 안전과 행복까지 위협하는 간접살인 행위나 다름없다. '나 하나쯤이야', '이번 한 번만' 같은 생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하겠다.

현옥란·편집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