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은산면 거전리 산촌 생태마을은 칠갑산 남쪽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칠갑산에서 발원한 백마강이 99골을 굽이친다고 해 이름붙여진 구곡지천이 마을 앞으로 흘러 다양한 임산자원이 자라기에 좋은 여건을 갖춘 곳이다.
하지만 6ㆍ25전쟁 당시 북한군의 침입을 받지 않았다고 할 만큼 부여군에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산촌 마을이다보니 그동안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 정부 신지식인에 선정된 김은환씨가 자신이 재배한 '산채'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대학 졸업 후 13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던 김씨는 귀농을 결심했다. 직장동료나 가족이 반대했지만 농대 출신으로 농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의 신념을 바꾸지 못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김씨가 가장 먼저 한 일은 10년 뒤 농업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다른 농산촌에서 재배하지 않는 거전리만의 작물을 찾기 위해 다양한 서적과 일본사례를 연구했다. 무엇보다 재배가 쉬우면서도 고소득이 가능한 작물을 찾아야 했다. 그러던 중 원추리의 효능을 알게돼 직접 재배에 나섰다.
김씨는 660㎡(200평)의 밭에 원추리를 심었고 수확하자마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김씨는 성공 가능성을 내다봤다. 가져간 원추리 10㎏이 금새 판매됐고 추가 주문까지 받았다.
마을로 돌아온 김씨는 마을 주민과 함께 원추리 작목반을 설립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썩 달갑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작물인데다 판매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마을 사람을 설득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마을 주민들이 고령화되다보니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고 일이 조금 잘되면 돈으로 인한 마찰이 생겨 처음에는 어려움도 있었다”며 “하지만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믿음을 쌓아가면서 공동체를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처음에는 28농가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인근 마을까지 합세해 모두 87농가로 늘어났다. 원추리는 1년에 4차례 재배할 수 있어 농가 소득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4대강 사업실시와 함께 강 주변에 원추리를 많이 심어 물량이 부족할 정도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씨는 자생약초인 인동덩굴(忍冬藤)의 꽃과 잎으로 인동차를 개발, 안면도 꽃박람회에 출품해 호평받았다. 기존에 있던 밤 생산단지의 생산량을 높이고 각종 산채 나물을 재배하면서 마을 주민의 소득을 높여나갔다.
현재는 밤과 원추리 뿐만 아니라, 고사리, 취나물, 다래순 등 모두 15가지가 넘는 임산물이 거전리를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판매되는 임산물만 12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노력으로 김씨는 정부가 선정하는 신지식인에 선정됐고 거전리는 농림부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됐다. 또 산촌마을종합개발사업지로 선정돼 산림청으로부터 14억원을 지원받는 등 대표적인 산촌마을로 진화하고 있다.
김씨는 “웰빙 바람과 더불어 산채 나물의 수요도 늘어나고 다양한 임산자원을 보호하고 키우려는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산촌 마을에도 희망이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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