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물지 않은 상처
3. 정부와 삼성, 책임있는 자세 절실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만 4년이 지났지만, 피해 주민들은 제대로 된 배·보상을 받지 못한 채 엄동설한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있지만, 책임질 사람은 없는 형국이다.
7일 충남도 서해안유류사고지원본부에 따르면 충남 6개 시·군에서 청구한 배상은 7만2872건이지만 지난달 21일까지 국제기금(IOPC)의 사정을 받은 것은 4만6196건(63.4%)에 불과하다.
더욱이 사정한 배상 청구 중 피해가 인정된 것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2만1067건에 그치고, 금액은 고작 568억원(청구 금액의 4.4%)이며, 그나마 이 중 지급된 금액은 425억원이었다. 사고지역 조업 제한과 관련한 피해 어민들에 대한 보상도 지지부진하다. 형망어업의 경우 정부의 조업제한 기간은 9개월이지만, IOPC에서는 3개월만 인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손해지원을 위한 전문기관의 조사 용역이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주민들은 생계가 곤란한 상황에 놓이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의견 미흡 등 여건 미비로 오염사고와 피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피해 주민들을 위한 사정재판의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를 대거 지원하는 등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조정 대응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피해가 있음에도 입증 서류조차 내기 어려워 배상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되고 있는 피해 주민 즉, '보상 받지 못한 자'들은 사정 재판에서도 인정받기 힘들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방안은 없다.
사고 가해자인 삼성 측은 2008년 2월 1000억원의 지역발전기금 출연 발표 이후 묵묵부답이다. 피해민연합회에서 출연금을 5000억원으로 증액하고, 삼성그룹 차원에서 사과하라면서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증액 불가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대화에 일절 나서고 있지 않다.
정부가 약속한 지역경제활성화 사업도 부진하다. 2009년 3월 유류오염사고로 지역 경제가 고사 위기에 직면하자 정부는 주민체감형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을 선정,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50건(1733억원)은 지자체 및 광특회계로 전가했고, 선정 사업에 대한 약속도 철회했다.
또 사고 현장을 복구하기 위해 찾아온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의 활동 등을 남기기 위한 극복전시관 건립 사업을 위한 정부 예산 10억원은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낭떠러지에 몰린 보령시와 태안군, 당진군, 서천군, 전남 무안군 등 피해지역 주민 6000여 명은 7일 엄동설한 속에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정부 과천청사를 찾아가 궐기대회를 열고 삼성그룹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해안유류피해민총연합회 소속 주민 1000여 명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이날 결의문을 통해 “기상 상황을 무시하고 무모한 항해를 한 삼성중공업 크레인선에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데도 삼성중공업은 신문에 달랑 사과문만 올리고, 지역 협력기금으로 고작 1000억원을 내놓겠다고만 한 뒤 4년의 세월을 보냈다”고 지적했다.
정부 과천청사 앞에 모인 주민 5000여 명도 “정부는 당초 약속한 101개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을 축소하지 말고 예정대로 추진하라”며 “삼성그룹과 피해주민들 간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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