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와 해외건설협회 직원, 건설사 간 수천억 원대의 해외건설 실적조작이 가능했었던 이유는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건설사가 관급공사 입찰 시 시공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국내 및 해외 공사실적을 제출하게 돼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국내 실적은 국토부로부터 위탁받은 대한건설협회가 관리하고, 해외실적은 해건협이 맡아 관리한다.
하지만, 국내 공사와 달리 해외공사의 경우 현지 확인이 어려운 관계로 대부분 서류로 검증절차가 진행된다. 외국에 직접 나가 실제 공사수주 사실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브로커 A씨와 건설사 관계자들은 이같은 맹점을 교묘히 파고들었다.
A씨 등이 건설업자 등과 짜고 국내에서 위조한 사우디 현지 업체의 도장 등을 허위 계약서 등에 찍는 등의 수법으로 서류를 조작했지만, 해건협은 상세한 검증을 하지 못하고 곧이곧대로 실적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허술한 관리감독의 배경에는 촉박한 검증기간도 한 가지 원인이 됐다. 해건협은 매년 1~2월 해외실적을 접수받아 각 기관의 시공능력평가가 공시되는 6월 이전까지 접수된 서류 검토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한 해 평균 2000여 건이 접수되는 가운데 이를 검증할 시간은 불과 수개월에 불과, 부실 검증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국내 관급공사 입찰 시장이 치열한 것도 해외실적 조작이 난무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이다.
대전지검에 따르면 2008년 이후 국내 관급공사 입찰 경쟁률은 평균 93대 1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이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내외 공사 실적이 미미한 중소 건설사가 대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공사를 따내기 위해서는 실적 조작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해건협 관계자는 “검증할 자료가 워낙 많은데다가 인력부족, 현지실사 어려움 등으로 그동안 해외실적 검증을 꼼꼼히 하기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해외 원청업체로부터의 공사대금 입금내역과 해외로 인력을 파견한 증빙자료를 제출토록 검증기준을 강화했다”고 해명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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