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라는 요즘, 주부들은 장보기가 두렵다고 하고, 차가 있는 사람은 기름값이 무섭다고 한다.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에 한숨만 내쉬게 되는 이유는 내 지갑 속에 돈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을 하든 돈이 필요하고,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현대인의 삶을 이웃끼리 서로 도우면서 해결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 두루지기 박현숙씨. '한밭레츠'의 회원이 되면 누구나 남을 도울 것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더불어 사는 삶을 직접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한다. |
“1999년 처음으로 회원을 모집했고 2000년 창립했습니다. 당시는 IMF시대라 많은 분들이 일자리도 잃고 어려운 시기였는데, 그 어려움을 이웃끼리 함께 이겨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거지요.”
70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한밭레츠', 물론 처음 얼마 동안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옛날 우리 선조들이 서로 품을 지고 갚으며 품앗이 했듯이 '한밭레츠' 회원들 간에도 품앗이가 더 많이 이루어지고, 그러면서 이웃 간의 정을 깨달은 회원들은 점점 '두루'의 매력에 빠져갔다. 두루두루 나누고 돕자는 의미의 지역화폐 '두루'는 1두루가 1원으로 회원끼리 거래할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농사짓는 회원의 배추나 무를 '두루'를 주고 살 수 있고, 볼 일 때문에 아이를 잠시 누군가에게 맡겨야 할 때도 시간이 되는 회원에게 맡기고 '두루'를 내면 된다. 아이를 맡아준 회원은 '두루'를 벌게 되고, 이렇게 번 '두루'는 레츠 회원인 약국이나 병원에서 의료비로 쓸 수 있다면서 박씨는 '두루'의 쓰임새를 두루 알려줬다.
▲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한밭레츠 회원들의 다양한 품앗이 활동으로 빽빽한 월활동계획표. 10일에는 2011년 품앗이 송년만찬이 계획돼 있는데 이날은 한밭레츠 활동 1년을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은 회원들이 함께한 공동 메주 만들기 모습. |
파 값이 뚝 떨어진 올해는 파 농사를 지은 회원을 위해 레츠 회원들이 파김치를 더 담그기로 했다며 오전 내내 파를 다듬느라 눈이 매워 혼났다면서 박씨는 얘기를 계속했다.
“회원이 늘어나고 '두루'거래가 안정화되면서 저희만의 공간이 필요했어요. 이전까지 민들레의료생협과 같이 썼거든요. 2007년 '한밭레츠'만의 공간을 마련했는데, 그 때 정말 많은 회원들이 마음을 모아줬어요. 여름휴가비를 내놓은 회원부터 많은 회원들이 너도나도 출자하겠다고 해서 '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이렇게 가슴 따뜻한 일이구나'하는 걸 알게 됐지요.”
2002년 회원 가입한 이후 2003년부터 '한밭레츠' 운영 업무를 맡은 이후 회원 모두가 한 마음의 공동체란 사실을 절실히 깨달은 때가 그 때라고 말하는 두루지기 박씨. 요가품앗이, 화요장터, 품앗이 학교, 레츠투어, 공동된장 만들기 등 다양한 품앗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한밭레츠'는 최근 문화활동에 대한 '두루' 거래 활성화를 위해 '대흥동 한밭레츠'를 계획하고 있다. 회원 서로간의 마음이 모여 더 넓어진 '한밭레츠'를 기대하라는 두루지기 박씨의 얼굴에 희망을 담은 미소가 가득하다. 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 지역품앗이 ‘한밭레츠’는?
1999년 회원 모집을 시작, 2000년 2월에 창립총회를 가진 ‘한밭레츠’는 품앗이, 두레, 계 등 우리민족의 상부상조 전통을 되살리기 위한 지역 공동체로 지역화폐 ‘두루’를 유통수단으로 삼아 10여년 간 운영돼 왔다.
‘한밭레츠’ 회원들의 건강연구모임 활동을 발판으로 2002년 ‘민들레의료생협’이 탄생했고, 회원들의 교육에 대한 고민은 2004년 대안학교 ‘꽃피는 학교’ 설립을 이끌기도 했다.
‘민들레의료생협’과의 유기적인 상호협력, 농산물 직거래로 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진 ‘한밭레츠’는 현재 470가구의 회원들이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지역통화 공동체로 자리매김했고, 국내 지역화폐공동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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