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내가 살고있는 도시에 천연기념물이 있을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인세]내가 살고있는 도시에 천연기념물이 있을까?

[시론]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 숲 사무처장

  • 승인 2011-12-07 14:15
  • 신문게재 2011-12-08 21면
  •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 숲 사무처장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 숲 사무처장
▲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 숲 사무처장
▲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 숲 사무처장
얼마 전 자료를 찾다가 대전지역에는 등록된 천연기념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천연기념물이라고 하면 매우 희귀하기 때문에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그동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숫자가 447개나 되니 아주 희소성이 높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재 기본정보에는 국내 천연기념물 지정현황이 소상하게 정리되어 있다. 습관적으로 명칭과 소재지 항목을 가지고 연고지 찾기를 시도했는데, 충남은 꽤 있는데 대전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학술적으로나 관상적으로 가치가 높은 동물이나 서식지, 식물이나 그 자생지, 지질, 광물, 천연물 등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것저것 많이도 지정 받아서 보호하고 자랑도 하는데, 우리지역에서는 문화유산이나 기념물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자랑하는 것에 너무나도 겸손했는지, 아니면 무관심했는지 몰라도 대전에 천연기념물이 없다는 게 놀랄만한 일이다. 기념물에 시대상황에 맞게 적절한 품격을 선사하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무 중에는 한 자리에 수 백 년 뿌리를 내리고 살고 계신 어르신 나무가 많이 있다. 우리 단체에서 10년 전쯤 대전지역의 노거수를 모두 조사하고 책자를 발간한 일이 있었다. 이때 서구 괴곡동 새뜸 느티나무가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어르신 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골길 한복판에 거침없이 홀로 우뚝 서서 650년 이상을 지켜왔던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가치가 인정되어 대전시 보호수로 지정 되었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보고 만져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이런 인연으로 괴곡동 어르신 느티나무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여 환경단체들의 숲과 하천 관련 기행프로그램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서 방문한 손님들에게도 우리도시에서 살아있는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으로 소개하게 되었다. 또한 대전둘레산길잇기 11구간에 포함되어 있어 구봉산 구간을 참여한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 글을 읽으면서 새뜸 느티나무 옆에 놓여있는 평상에서 잠시 쉬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것이다.

인간의 삶과 함께 더불어 온 또 한 그루의 나무가 있다. 유성구 봉산동 대규모 아파트 단지내에 자리 잡고 있는 봉산동 바구니마을 느티나무다. 이 나무는 공식 기록상으로는 300살 이상으로 추정되나, 마을 주민들 중에는 수령이 2000년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명확한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아 채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나무를 중심으로 바구니 홰싸움 놀이를 벌이고 있어 목신제, 거리제, 쥐불싸움 등의 전통신앙과 놀이가 계승되는 장소라는 더욱 큰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노거수는 인간이 살아온 날보다도 몇 곱절 오랜 세월을 견뎌내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살아왔다. 주변 모든 것이 변하고 떠났어도 홀로 남아 수 백 년 전과 지금을 이어준다. 또 앞으로 수 백 년을 이어줄 것이다. 세월을 느끼고 겸손함을 배울 수 있다.

'참 좋은데, 표현할 방법은 없고' 라는 건강보조식품광고 카피처럼, 그동안 괴곡동 새뜸 느티나무가 좋은 것을 알고만 있고 표현은 하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지역 단체들이 천연기념물 지정에 노력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대전문화연대와 대전충남생명의숲은 대전시에 앞에서 소개한 노거수 2건에 대하여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한 청원을 했다. 이에 대전시에서는 문화재청에 다시 공식적으로 요청을 했다. 문화재위원들의 현장실사를 거쳤고 보완자료 요청이 있어 대전시와 함께 자료를 준비하여 제출한 상태다.

이제 남은 절차를 통해 내년 초에는 천연물기념 지정여부에 대한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대전의 어르신 나무가 이번 기회에 천연기념물로 꼭 지정되었으면 좋겠다. 한 자리에서 무던하게 수백년 세월을 살아오신 어르신 나무에 대하여 더욱 품격을 높여 존경하고 보살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