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훈 전 CBS상무, 중문노인복지센터장 |
올해도 나라 안팎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우리를 놀라게 했고, 때론 슬프게, 때론 기쁘고 감격스럽게 해주었다. 해외에서는 '아랍의 봄'으로 지칭되는 민주화 열기가 튀니지에서 시작하여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로 옮겨가면서 많은 나라들에서 크고 작은 반정부 시위가 있었고, 몇몇 국가에서는 정권교체를 이루어내는 성과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또 유럽의 금융위기가 진정되지 않고 여러 나라로 확산되고 있고, 해결 전망도 밝지 않아 세계경제는 휘청거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국가는 국가부도를 염려해야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squeezed middle'(쥐어 짜인 중산층)로 꼽기도 했다. 심각한 경제위기가 물가상승, 임금동결, 공공지출 삭감 등으로 이어지면서 중산층의 설 자리가 위협받는 어려운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여름철 집중호우가 계속되면서 서울 강남까지 물난리가 나는 피해가 있었고, 10·26 재·보궐선거에서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환멸과 신선한 정치에 대한 국민의 갈망이 서울시장선거에서 표출되면서 여·야 후보 모두가 무소속 시민후보에게 완패했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은 쇄신을 노래하고 있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만큼의 환골탈태는 아직까지 방향도 잡지 못한 것 같다. 거기에 지난 11월 국회에서의 한·미 FTA 비준안 통과는 수치스런 국내정치의 하이라이트였다. 무조건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당과 무조건 안 된다는 야당이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했고 국회의사당 내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가운데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우리 국회는 국제적 망신과 조롱거리를 만들어내는 3류 정치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가 보다. 이 일로 우리 사회는 한·미FTA 찬성세력과 반대세력으로 분열이 커져가고 있고, 나와 생각이 같지 않으면 적으로 인식하는 2분법적 사고방식이 확산되는 안타까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이런 국내·외 사건들 속에서도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감사해야할 일들이 떠오른다. '아랍의 봄'에서 표출된 민주화의 문제는 우리가 이미 1980년대까지 겪었던 일이고, 이제는 확실하게 국민주권시대를 열었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다. 또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루어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하는 놀라운 일을 해냈으니 이 역시 감사해야 할 일이다. 물론 부족하고 불만스런 일들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감사의 조건을 찾아 범사에 감사하려고 노력할 때 행복은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시인이자 '밥퍼'로 잘 알려진 최일도목사는 “건강하게 있다면 건강에 대하여, 우정이 깨지지 않았다면 우정에 대하여, 일용할 양식이 있다면 일용할 양식에 대하여, 가족들이 여전하다면 가정의 평안에 대하여 감사하며 축복하는 마음을 갖자”고 말한다.
12월, 이제는 아쉬움과 만족이 교차했던 올해를 배웅하며 새해를 마중할 채비를 해야 한다. 차분하고 진지하게 한 해를 되돌아보자. 후회스런 일들과 불평은 빨리 버리고 새로운 마음과 다짐으로 새해를 맞자. 새해에는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며, 남의 입장을 먼저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서로 따뜻한 격려의 말들을 건넴으로써 우리 사회에 행복과 사랑이 넘치게 하자. 12월, 한 해를 되돌아보는 그 시간이 있기에 12월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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