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동오 중부대 총장 |
하지만 최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무리한 국채발행과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급기야 디폴트라는 유로존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5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회담을 열어 'EU 안정·성장 협약' 개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비록 일정부분 구속력이 있고, “위기에 빠진 유럽 앞에서 독일이 힘을 과시하는 것은 오히려 국익을 해치는 행위다”라는 슈미트 전 독일 총리의 우려도 있었지만, 독일의 선택은 눈여겨 볼만한 가치가 있다.
올해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3%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실업인구는 270만명으로 2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며 6.9%로 낮아졌고, 독일 경제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는 수출도 올해 12%나 성장했다. 이렇듯 독일은 유럽위기의 진앙지인 유로존의 일원이지만, 독일경제는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독일 국민 또한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유럽의 상생과 자국의 이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선택했다. 유로존 국가의 위기가 독일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렇듯 역사는 자신을 위해, 혹은 서로를 위해 상생을 선택한다.
또한, 상생은 조화라는 이름으로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돌이켜 보건데 우리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가지의 상반된 명제에 대한 많은 도전을 슬기롭게 대처해 왔다. 그간 국가 성장을 위해 개발은 필요충분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개발을 통해 보호해야 할 무수한 가치 있는 것들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존이라는 또 하나의 상반되는 개념이 등장해 많은 갈등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때마다 만나지 못할 운명의 기찻길과 같은 평행선상의 개발과 보존이라는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해 왔으며, 그 해답 또한 상생 혹은 조화에 있었다.
현대사회는 극단적인 흑백논리의 주장보다는 다원화되고 상호의 이익을 추구하는 상생의 시대다. 다양한 정보의 제공과 함께 미디어의 발달로 인하여 한쪽의 극단적인 이익실현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상생의 길을 찾는 과정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상생을 위한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상생의 조건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상대방의 얘기를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극단적인 감정은 배제되어야 한다. 선택은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얘기를 다 듣고 해도 늦지 않는다. 또한 상생의 발단은 서로의 위기가 예측되어지는 상황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자신의 위기만을 생각하기 보다는 서로의 위기를 공감하고 상대방의 제안이나 설명을 끝까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상생의 반대는 동반침몰이다. 이는 국가 간에도 적용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무역이 아니면 지탱하기 어렵다. 그래서 올해 12월 5일 사상 처음으로 연간무역규모 1조 달러 시대를 열어 세계 9번째 무역 대국이 된 것은 국민전체가 축하 할 일이 되었다. 이 무역에는 FTA도 국가 상생의 제도이며, 세계무역기구협정(WTO)도 국가 간 상생의 국제 규약이며 합의다. 국가 간 상생도 국가 간의 합의를 통해 각국이 주권 기능 일부를 서로 제약하자는 내용이다. 또한, 앞에서 말한 유럽위기에서도 독일과 프랑스가 상생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경제학자들이 예측하는 것처럼 극단적으로는 유럽전체의 경제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위기 상황에서 상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셋째, 상생을 위해서는 상호간의 양보가 있어야 한다. 양보가 없으면 상생도 없다. 이것은 당연한 이치다. 상생은 서로 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많은 도전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에 우리는 상생할 것인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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