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위장전입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일부지역 학부모들은 학군 조정을 위한 민원을 제기하는 등 지역 이기주의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정 초등학교는 거대공룡으로 비대해지고, 주변 초등학교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상대적 빈곤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6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서구 월평동 누리아파트 일부 주민이 대전서부교육지원청에 기존 갈마초등학교에서 성룡초등학교로의 학군 조정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어린 학생들이 육교를 건너 통학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위험 감소를 위해서라는게 민원 제기의 주된 요지다. 현재 대전서부교육지원청은 민원인에게 1차로 '학군 조정 불가'를 통보했고 민원인은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위장전입이 다수 발생할 정도로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성룡초등학교는 더 이상 학생을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대해진 상황이다. 특수학급 1학급을 포함해 모두 44학급, 학급당 학생 수도 30.3명에 달하는 실정이다.
인근 지역의 상당수 주민이 원래 성천초등학교에 배정돼야 하지만 위장전입을 통해 성룡초등학교로 진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성천초등학교는 학생 수 감소와 더불어 통폐합 여론에 시달리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리아파트 일부 주민들까지 성룡초등학교 학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누리아파트 학생들의 학군이 조정될 경우 현재 학군인 갈마초등학교는 성천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생 수 감소로 상대적 빈곤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중구의 목동초등학교와 목양초등학교의 학군 조정 문제를 놓고 지역 주민들간 심각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먼저 입주한 포스코아파트 학생들은 목동초등학교로 진학했지만 이후 입주한 올리브힐아파트 학생들은 목양초등학교 학군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후 대전동부교육지원청이 공동통학구역 조정안 등을 내놨다가 또 다른 논란의 불씨로 번지자 기존의 목동초등학교 학군으로 최종 결정했다.
목동초등학교 역시 학생 수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목양초등학교는 상대적으로 비대해져 교육 불균형이 심각해 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처럼 지역에서 학군 조정을 요구하는 억지성 민원이 이어지면서 교육당국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군 조정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학생 수 증감 여부, 개발계획 수립 여부, 지역민 의견 수렴 등 다양한 절차를 거쳐 이뤄지지만 누리아파트의 경우 당장 내년 신학기부터 적용을 요구한데다가 교육적 불균형이 우려돼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며 “중장기적 수용계획을 보더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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