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에서 목척교 방향으로 걷다보면 옛 대훈서적 건물 3층에 인상적인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예술영화와 문화잡지 서점, 카페를 한데 묶은 아트스페이스 놀이터 '대전아트시네마'의 간판이다.
그런데 '대전아트시네마'를 제대로 찾아가려면 간판이 내걸린 건물이 아닌 바로 옆 건물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밖에서 보면 두 건물이 떨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3층은 붙어있는 셈인데, 옛날 동보극장이 개관할 때 가능했던 일로 요즘 법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일라고.
2007년 옛 '동보극장' 자리에서 새롭게 개관한 '대전아트시네마'. 아직도 건물 외벽에는 '동보극장'의 간판 자국이 검게 남아있는 이곳을 숨바꼭질하듯 안으로 들어서면 북카페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풍기는 매표소 겸 휴게실이 있다.
▲ '대전아트시네마'는 예술영화 상영 뿐 만 아니라 독립영화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하고 있고 인터넷 카페를 통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도 하고 있다. 사진은 영화관련 서적을 보고 있는 강 대표. |
“예술영화 전용상영관인 대전아트시네마가 문을 연 것은 2006년입니다. 당시엔 선사유적지 근처에 상영관이 있었는데 건물 리모델링 때문에 2007년에 이곳으로 옮겨왔지요.”
대전 유일의 예술영화상영관을 연 강 대표가 예술영화에 빠지게 된 건 대학시절이었다. 당시는 미국과 홍콩의 상업영화가 국내 영화계를 주름잡던 시절이었는데, 그런 때에 강 대표는 유럽의 예술영화를 접했고 이전의 상업영화에서는 맛볼 수 없는 무언가를 느끼면서 문화적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그 이후 강 대표는 예술영화를 계속해서 찾아봤고 '시네마테크 대전'의 창립멤버가 됐다.
'시네마테크 대전'은 작가영화, 독립영화, 단편영화, 독립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영상의 배급을 통해서 지역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뭉친 문화조직으로 1997년에 창립한 시네클럽이다. 오랫동안 '시네마테크 대전'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인권영화 상영회를 비롯해 멕시코영화제, 이마무라 쇼헤이 영화제, 스페인 영화제 등을 열어온 강 대표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상영할 수 있는 전용 상영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예술영화전용관인 '대전아트시네마'를 열게 됐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계속 찾아보며 영화를 소비하는 부류가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고 함께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부류가 있는데 저는 후자 쪽입니다. 그래서 대전아트시네마를 열었고 계속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요즘은 주말평균 20~30명의 관객이 찾고 있는데, 운영에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이익을 바라고 운영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고,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라서 만족한다고 말하는 강 대표.
상영예정시간은 지났지만 뒤늦게 찾아온 관객을 위해 영화를 상영해야한다며 분주해진 강 대표. 손수 영화를 틀어주기 위해 상영관 안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에서 그의 진한 영화 사랑이 느껴진다.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 대전아트시네마 강민구 대표는?
1997년 창립한 ‘시네마테크 대전’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면서 수차례 영상포럼을 개최했고, 대전인권영화제, 이마무라 쇼헤이 영화제, 멕시코 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를 개최해왔다.
2006년 ‘시네마테크 대전’의 전용관으로 ‘대전아트시네마’를 개관했고 2007년 동구 중동의 옛 ‘동보극장’ 자리로 상영관을 옮긴 후 대전아트시네마 영화아카데미, 브런치 시네마, 찾아가는 상영회인 공동체 상영 등 다양한 기획프로그램으로 예술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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